[책과 세상] "인류 역사는 '하나된 세계' 를 향해 나아간다"

■ 넌제로(NONZERO) (로버트 라이트 지음, 말글빛냄 펴냄)
추장사회서 UN까지 조화롭게 움직여온 인류 성선설의 시선으로 분석
사회 더 복잡해질수록 '넌제로섬 이익' 확대 강조


한줌 박테리아에 불과했던 인류는 어떻게 IBM, 코카콜라, 세계연합 같은 굴지의 조직들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저자는 '통합된 세계'를 주제로 성선설(性善說) 이라는 렌즈을 통해 과거를 살펴보고 미래를 풀어낸다.

제로섬(ZERO-SUM)의 반대말이 넌제로섬(NON-ZERO-SUM)이다. 제로섬 게임은 테니스, 체스, 권투처럼 한편의 득점이 그대로 상대편의 실점이 되는 역의 상관관계다. 반면 넌제로섬 게임은 한편이 점수를 얻는 것이 반드시 상대편에게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있다. 예컨데 1970년 아폴로 13호에 승선했던 3명의 우주비행사들이 좌초된 우주선을 다시 지구로 몰고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때 그들은 서로 조화롭게 움직이면서 넌제로섬 게임을 벌였다. 결과는 모두에게 똑같이 이로운, 즉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났다. 한줌 박테리아에 불과했던 인류는 어떻게 IBM, 코라콜라, 세계연합 같은 굴지의 조직들을 일궈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을까. 이 책은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에 도달했으며 또 다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생물의 진화에서든 인간 문화의 진화에서든 넌제로섬 원리가 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다.'하나된 세계를 향한 인간운명의 논리'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통합된 세계'가 핵심주제며, 저자는 성선설(性善說)의 시선으로 인류의 과거를 살펴보고 미래를 풀어낸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역사의 기본적인 방향이 인간을 도덕적으로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간 진화심리학, 역사, 종교, 전쟁, 기술 등의 주제로 글을 써왔던 저자답게 인류의 문화적 진화가 나타나는 다양한 여행지로 안내한다. 추장사회에서 국가로 확대되는 사회 집단, 역사에서 전쟁의 역할, 봉건주의, 자본시장, 환경문제, 초국가적 조직 등을 역사적으로 제시한다. 역사의 방향성은 결국 예정되어 있는 '하나 된 세계'로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았으며, 그 실례로 UN, EU, IMF, WTO 등 초국가적인 형태의 등장을 설명한다. 미국인인 저자는 하나된 세계로 가는 와중에서 미국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조언한다."미국과 단절된 소규모 집단들이 뭉쳐 하나의 왕국을 건설하고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험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세계를 잇는 가교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넌제로섬의 이익'은 인간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전자통신을 통한 의사소통은 세계무역을 활성화시켰고 이것들은 결국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저자는 세계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다. 그는 또 "착취, 독재, 자기 권력 확대의 성향이 아무리 뿌리 깊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성향에 굴복하는 사회는 이 세상에 오래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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