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참여정부] 이색경력 비서관들

"로또는 가라. 우리가 로또보다 더 짜릿한 인생역전 장본인이다." 노무현의 사람으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된 인사 등의 면면을 보면 로또보다 더한 인생역전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비디오가게 주인부터 꽃집, 슈퍼마켓 주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1~2급 비서관으로 속속 청와대로 입성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과거 독서실 총무를 경험한 최도술씨를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발탁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인 최씨는 지난 80년대 이래 노무현 변호사 사무실과 부산 지구당의 사무국장으로 일해온 부산인맥이다. 최씨는 당시 노 대통령과 독서실에서 다툰 인연으로 `독서실 총무가 청와대 총무가 됐다`고 회자되기도 했다. 상황실장과 의전 비서관으로 뽑힌 이광재ㆍ서갑원 씨는 199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소꼽동무와 불알친구`란 카페를 차려 2년간 운영했다. 노 대통령의 가장 오랜 측근인 이들은 노 대통령이 그해 종로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 "근거지나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카페를 낸 것. 이 내정자는 이곳을 `우리가게`라고 부른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인 조광한 인수위 전문위원도 최근까지 서울 사당동의 난초 전문 꽃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 두자를 따 지난해 8월 개업한 꽃집의 수입으로 생활비와 활동비를 근근이 조달해 왔다. 비서관으로 내정된 뒤부터는 전권을 친형에게 넘겼다. 김학기 인수위 행정관은 수퍼마켓 사장 출신이다. 계명대 운동권 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씨를 돕다가 96년 고향인 춘천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평춘 유통`이란 동네 수퍼마켓을 물려받았다. 인수위 부대변인 출신인 김만수 춘추관장(청와대 기자실 보도지원 비서관)은 봉급 없던 부천 시의원 시절 지역구 시장통에서 도서 대여점 `규장각`을 4년간 운영했다. 또 주변 참기름 가게나 갈비탕 식당의 광고 수입으로 지역 신문 `먼 마루 신문`도 발행해 생계를 꾸려간 경험이 있다. 국민참여수석실 기획비서관인 천호선 인수위 전문위원은 91년부터 1년간 시내 단과 학원에서 중3, 고1 학생들에게 `성문 기본영어`를 가르쳤다. 과외선생님 외에도 강동구청 구정연구실장, 인터넷 여론조사 기관 `보트 코리아`대표, 광고회사 직원 등 따라 붙는 이색 이력이 한 두개가 아니다. 이밖에 민정1 비서관을 맡은 이호철씨는 부산대학교 앞에 배낭여행 기획상품으로 유명한 배재항공여행사 지점장 등으로 근무한 여행상품 전문가이며 윤태영씨는 새터 출판사 편집주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앞으로도 그림자처럼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여택수 수행팀장의 경우 지난 93년부터 3년여간 서울 대치동 은마 아파트 상가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등 왠만한 이색(?) 경력 소유자들은 명함도 내밀정도로 다채롭다.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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