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로 원화 가치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내외 금리 격차가 줄어들어 원화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지난 3거래일간 무려 28원이나 급등(원화 가치 급락) 했던 원·달러 환율은 기준금리가 내려간 12일에는 정작 소폭 하락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0전 내린 1,126원40전에 장을 마쳤다. 금리인하 결정 직후인 오전10시께 전일보다 10원 가까이 오른 1,136원40전까지 급등했으나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결국 보합 마감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이날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제자리였지만 앞으로의 방향은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는 반면 우리는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내외 금리 차가 줄어들었고 원화의 투자매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코스피가 2,000포인트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도 환율상승 요인이다. 코스피 상승 기대가 커져야 외국인 투자가들이 원화를 사들일 텐데 현재 1,970포인트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신흥국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많이 올라서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과하게 내리는 데 따른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이달 1,13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1,140원까지 상승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 기대로 원·엔 환율 하락 우려(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28원15전에 마감했다. 8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던 지난해 말보다 약 30원이나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