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자원패권시대] <3> '자원의 저주'를 풀라

자원 민족주의 노골화… "현지인 마음 얻어야"

해외 자원개발에 성공하자면 무엇보다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태원(왼쪽 두번째) SK 회장이 지난 10월 페루 카미시아 유전을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자원개발을 하더라도 자연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SK가 개발권을 확보한 페루 카미시아 광구. 단일 광구로는 남미 최대 유전인 이곳은 밀림 속을 헤쳐 들어와야 접근할 수 있다. 지난 10월6일 이곳엔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VIP의 방문으로 들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원유(crude oil)를 생산하는 현장을 찾아온 것. 최 회장은 밀림 한가운데 있는 이곳에서 3시간 넘게 머물며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현장 임직원들에게 외국 기업이 자원개발을 할 때 현지인의 인심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최 회장은 그날 곧바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만나 “SK는 페루의 단순 투자가가 아니라 페루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발전적 협력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정보통신ㆍ플랜트ㆍ건설 등의 분야에서도 페루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원의 저주’ 함께 푸는 노력을=석유ㆍ가스 자원을 보유한 몇몇 저개발국에서는 자원이 피를 부르는 역사가 반복됐다. 내전을 반복한 나이지리아ㆍ수단ㆍ앙골라 모두 그 배경에는 석유가 있었고 서방의 자본이 있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고 칭한다. 자원의 저주가 채 풀리지 않은 나라에서는 외국기업은 곧잘 질시의 대상으로 부상한다. 특히 에너지 개발을 위해 들어온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현지인 및 지역사회와 윈윈하는 현지 친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현지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안정적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을 한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은 사상누각으로 끝난다. 국제문제의 한 전문가는 “내정이 불안한 나라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 석유 기업을 이권 탈취 세력 또는 군비 강화를 위한 자금원으로 인식하기 쉽다”며 “앞으로는 해외 에너지 직접 개발에 나선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면 자칫 정치세력으로부터 타도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해외 자원개발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SK에너지는 이 때문에 페루ㆍ베트남ㆍ브라질 등 진출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유정준 SK에너지 자원개발ㆍ해외사업부문장은 이와 관련, “(유전개발사업은) 규모가 엄청나고 장기간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마찰과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들에게 호의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OC확충 노력과 환경에 대한 고민도”=지난 5월 아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자국의 석유 및 가스 자산 통제권 확보를 골자로 하는 국유화 포고령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영석유회사 PDVSA가 갑자기 계약형태 변경을 요구, 이를 거부한 이탈리아 에니사의 다이콘 유전과 프랑스 토탈사의 유세핀 유전을 몰수해버렸다. 2004년 이후 석유 자원의 초과수요가 이어져 국제 석유계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 즉 산유국이 주도권을 잡는 구도로 재편된 상태. 이에 따라 다국적 석유회사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산유국의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이 역시도 해외 에너지 직접 개발의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최근 남미를 중심으로 한 자원민족주의가 과거 70년대 이데올로기적 민족주의와는 달리 부분적 국유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저개발 산유국은 여전히 외국 회사의 기술과 자본을 원하기 때문에 실리적인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다 전략적으로 산유국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실장은 “기술이전ㆍ고용확대ㆍ인력양성 등을 에너지 개발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자원개발과 사회간접자본은 강한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도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형 지질자원연구원 자원정책실장은 정치ㆍ경제적 요인 외에 최근 들어서는 환경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90년대에는 자원 보유국의 환경 피해 양상이 심했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등은 선진국보다 환경규제가 강하다”면서 “앞으로는 보유국의 환경문제를 함께 고민해줘야만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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