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4월 14일] 사회적 투자 절실한 '빅 이슈' 창간

최준영(경희대 교수·실천인문학센터)

노숙인들의 생계와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THE BIG ISSUE)’ 한국판 창간을 준비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지난해 1월 영국 본사를 취재하고 돌아온 뒤부터였으니까 1년 3개월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빅이슈 한국판’의 창간 가능성은 반반이다. 빅이슈(한국판) 창간은 노숙인에게 잡지 판매권을 줘 생계와 자활을 돕는 착한 매체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또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회참여의 공간을 열어주며 나눔ㆍ기부문화 확산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미가 큰 만큼 실제 창간은 만만찮다. 빅이슈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어려운 때일수록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관심과 지지를 표한다. 반면 사업적인 면에서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적인 지원이나 투자ㆍ사업 참여를 약속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중심으로 빅이슈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지지망을 넓히기 위한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여차하면 자체 역량으로 창간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하지만 그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빅이슈 창간은 ‘운동’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운동은 열정과 의지를 가진 사람만 있으면 되지만 사업에는 사람과 돈, 다시 말해 잡지매체의 특성을 잘 아는 전문인력과 이들을 모으고 떠받쳐주는 자본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일 빈곤계층을 위한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직접적인 생계비 지원에 쏠려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빈곤층에 당장의 생계비 지원은 커다란 위안이 되겠지만 단순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숙인’들은 생계비 지원에서 비켜나 있다. 거리 노숙인의 상당수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정부의 지원정책이 미치지 않는다. 설령 미친다 해도 그때 뿐이다. 노숙인에게 절실한 것은 일할 기회다. 놀고 싶어서 노는 게 아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데가 없다. 일을 해야 자활을 꿈꿀 수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인 올해 말을 빅이슈 창간시점으로 잡아놓았지만 아직 막막하기만 하다. 관심과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모쪼록 뜻 있는 분들의 반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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