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 CEO들과 첫 회동, 75분간 물만 먹였다?

금융정상화 방안등 이견
성과없이 분위기만 냉랭


'75분간 회의하면서 일체의 음식 없이 몇 잔의 물만 제공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15명의 월가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첫 간담회가 냉냉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성과없이 끝났다. 27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월가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너스 파문을 계기로 백악관이 금융사 CEO들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회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월가 금융계 수장들은 정부가 마련한 부실자산구제계획 등 금융시장 안정책에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금융정상화 방안에는 상당한 이견을 노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간의 팽팽하던 긴장을 푸는 데는 실패했다"며 "불안한 정전협정을 맺었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금융규제 강화 방침을 설명하고 월가 CEO와 금융기관들의 '절제'를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을 뜯어고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며 "아직도 카펫에는 얼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사무실을 호화 개조하는 등 국민 세금을 통해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월가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몇몇 CEO들은 정부가 '반 월가' 정서를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WSJ에 따르면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번 금융 위기는 은행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재무부가 밝힌 규제 강화방침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며, 규제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고 나쁨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CEO들은 정부의 간섭이 지속된다면 올 연말까지 정부가 제공한 구제금융 자금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이 역시 월가의 오바마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현한 것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이 완전히 건강하다고 판단돼야만 이를 허락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JP 모건의 다이먼 회장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정부의 구제자금 250억 달러을 체크(수표)로 갚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고, 캠덴 파인 인디펜던트 커뮤니티 뱅커스 회장은 오바마에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인형을 주면서 "스트레스가 생기면 인형을 누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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