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55)씨는 요즘 퇴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면서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두 아이 대학교육까지 마치느라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는데 앞으로 결혼까지 시키고 나면 서울 변두리에 있는 작은 집 한 채 말고는 수중에 남는 게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생활비 정도라도 벌 만한 일을 찾으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의 사례처럼 50대 이상 서울시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시복지재단이 50세 이상 장년층과 65세 이상 노인층 등 모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노인 실태 및 욕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환경 부문 점수는 39점(100점 만점)에 불과해 전체 8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았다.
면접 참가자들은 서울 일자리환경의 문제점으로 ▦맞춤형 일자리 부족 ▦일자리 관련 정보 접근의 어려움 ▦취업ㆍ창업교육 기회 부족 등을 지적했다.
복지재단에 따르면 실제 50대 이상 은퇴자 가운데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한 비율은 전체의 16%에 불과했으며 은퇴자들 대부분이 자영업이나 단순노무ㆍ생산ㆍ단순기술직 등 상대적으로 근로환경이 열악한 부문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응답자들은 여가(55점), 어르신에 대한 존중과 배려(55점), 주택(57점) 등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게 생각했다.
반면 공원녹지(68점), 교통(68점), 보건복지(63점), 일상생활정보(63점) 부문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조사 대상을 연령과 경제 계층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서울시민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은 적을수록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한 시민들은 중산층 이상이라고 응답한 시민들보다 서울의 도시ㆍ복지 인프라가 훨씬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 등 경제적 수준 차이에 따른 만족도 차이가 컸다고 복지재단은 밝혔다.
이상철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시민들은 서울시의 도시ㆍ복지 인프라가 어르신보다는 베이비붐 세대에,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에 맞춰져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저소득층과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과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