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직원들의 영업력은 국내 최고입니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한창이던 지난 2007년 여름 한 전문건설업체 사장이 사석에서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심지어 “대우가 입찰에 참여하면 ‘당꼬(‘담합’의 일본식 표현)’가 깨질 만큼 악착같이 영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 다른 대형사와 달리 그룹 해체 후 독자 생존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과 오기가 단기간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업계 랭킹 1위에 오른 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실제로 건설업계에서 ‘대우’ 출신의 영업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중견 건설사들이 사업 확대를 위해 가장 선호하는 인력도 이 회사 출신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대우건설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혼자였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회사가 경쟁사들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액 1위에 오른 것도 혼자였을 때 이룬 성과다. 모그룹의 해체가 험난한 워크아웃의 길을 걷게 했고 2007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번듯한 내집(서울역 대우빌딩)까지 팔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요즘도 가끔 서울역 앞을 지날 때면 애써 (대우빌딩을) 외면한다”는 한 직원의 말에는 옛 사옥에 대한 애착과 아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일가의 경영일선 동반 퇴진과 함께 대우건설의 매각도 자칫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대우건설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낙 덩치가 큰 초대형 매물이다 보니 사업 부문별로 나눠 팔면 매각을 서두를 수 있다는 채권 금융기관들의 입장도 반영된 안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분리매각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이 같은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이 같은 매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대우건설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사람’이 전부인 건설사를 이리저리 쪼개서 판다는 것은 결국 ‘공중분해’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건설사를 쪼개 팔 만큼 정부나 채권기관이 어리석지 않길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