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6일 핵 문제 등을 포함한 한반도 현안과 관련된 ‘북미 고위급회담’을 미국 정부에 전격 제안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중대담화 형식으로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다만 고위급회담의 경우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6면
국방위 대변인은 북미 고위급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미국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차려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북한)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비핵화에 대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며 "우리(북한)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은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나온 것으로 북미대화에 앞서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미국 정부가 제안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최근 북미 간 고위급접촉은 지난해 2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사이에 있었으며 당시 2ㆍ29합의를 도출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대화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이 북한의 이번 양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남북 당국회담 무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며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계산이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며칠 전 미 국무부가 대변인을 통해 얘기한 것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얘기할 필요 없이 미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믿을 수 있는 조치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 전까지 북미 간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