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940원선 유지할듯

달러약세·北6자회담 복귀소식이 원화강세 부추겨
"저가 매수세 유입… 추가 급락 가능성은 거의 없어"

원ㆍ달러 환율이 8일 연속 하락하며 940원대도 붕괴된 1일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니터에 최근 1주일간의 그래프가 하락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강동호기자

원ㆍ달러 환율이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40원선이 반년 만에 처음으로 무너졌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인 반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으로 원화와 엔화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올해 말까지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에다 동아시아 통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올 연말까지 940원 안팎에서 약세를 보인 뒤 내년에는 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6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원90전 떨어진 939원4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간 연속 20원20전이나 급락하며 지난 5월17일(936원90전) 이후 근 반년 만에 처음으로 930원대로 떨어졌다. 이 같은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은 우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때문이다. 역외세력은 북핵 실험에 대한 우려감이 가시자 달러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주가가 큰 폭 상승한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올 3ㆍ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년래 최저치로 떨어지고 전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을 보인 점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북핵 관련 위험 감소로 엔ㆍ달러와 원ㆍ달러 환율이 동반 하락했다”며 “940원 붕괴 이후 손절성 매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3시 현재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803원을, 엔ㆍ달러 환율은 117.00엔을 기록했다. 위안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ㆍ위안 매매의 기준환율이 되는 중심등가율(central parity rate)을 전일 7.8792위안보다 0.072위안 낮은 7.8720위안으로 제시했다. 달러ㆍ위안 환율은 9월 0.6% 하락한 뒤 10월에도 0.4% 내리는 등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당분간 940원선 부근서 약세 뒤 상승 전망=북한의 6자 회담 복귀로 단기적으로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기대심리가 사라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연말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물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 요인이다. 현재 원ㆍ달러 환율의 흐름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단기 수급 요인이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욱 우리은행 과장은 “통상 12월에는 기업들의 달러 공급 물량이 대거 나온다”며 “연말 원ㆍ달러 환율이 93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기업은 3ㆍ4분기에 135억달러나 순매도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는 387억달러에 이른다. 현재 외환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930선 초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940원선 밑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어 추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분위기가 식으면서 935원선 지지를 확인하면 달러 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내년 전망도 환율 상승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반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공급되는 달러가 수요보다 부족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원ㆍ달러 환율의 올해 말 전망치를 종전 935원에서 947원으로 높이고 내년 3월 말 전망치를 930원에서 945원으로 높였다. 독일계인 도이체방크도 3개월 후 전망치를 935원에서 965원으로 30원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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