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청문회’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도덕성과 자질 논란이 컸던 8ㆍ8개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6일 끝난 뒤 이제 관심은 인사청문회 대상자 중 누가 낙마되느냐로 쏠리고 있다. 이제는 청와대마저도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낙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일부 인사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고, 민주당은 ‘4(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1(논문표절)’ 잣대에 어긋나는 모든 인사들은 떨어뜨리겠다고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청와대도 일부 장관 후보 포기 시사=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2010 편협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에 대한 표결절차가 진행되면 인사권자가 장관 후보자들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또 장관 내정자들에 대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대체로 문제들을 안고 있어 당초 개각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국민들의 실망이 크지 않나 파악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통과 공정한 인사를 말하면서 이런 인물들로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야당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4~5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거부하는 대신 장관 후보자 1~2명을 낙마시키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자체 조사, ‘김ㆍ신ㆍ조’ 여론 좋지 않아= 청문회를 끝낸 뒤 한나라당이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소위 ‘김ㆍ신ㆍ조’로 불리고 있는 김태호ㆍ신재민ㆍ조현오 후보자의 여론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의 한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자들을 상대로 국민여론조사를 했는데, 신재민-조현오-김태호 순으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관 1~2명의 낙마 가능성이 여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정권 의원은 “일부 인사의 경우 친(親)서민 정책에 부응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여론이 있다”고 말했고, 구상찬 의원은 “후보자 전원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청문대상 10명 중 이재오ㆍ유정복ㆍ박재완 장관 후보자 3명을 제외하고 ‘부적격’ 판정을 내린 민주당 역시 최소 5~6명은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ㆍ신ㆍ조’(김태호ㆍ신재민ㆍ조현오) +2 또는 3이 될 확률이 많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대책 마련 고심= 이틀간의 청문회를 거치면서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 흐름이 악화되자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안상수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였다. 안 대표는 “김 후보자가 결정적 하자가 있는 건 아닌 만큼 인준안을 표결 처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내일은 총리 인준이 중요하니 결과를 보겠다. 장관 내정자들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최고위 직후 여당의 전권을 위임 받은 김무성 원내 대표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 후보자의 원만한 본회의 통과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