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가 영화 ‘하녀’의 리메이크작에서 하차를 선언했다. ‘하녀’는 배우 전도연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김수현 작가-임상수 감독의 조합으로 큰 관심을 일으킨 영화.
김수현 작가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뒤통수 모질게 맞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하녀의 시나리오는 약 일주일 전에 완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김 작가는 임상수 감독이 시나리오의 시나리오 개작이 하차 원인임을 밝히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김수현 작가는 “제작사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해 휴가 중에 2개월을 대본 작업에 매달려 끝냈으며 감독 선정을 놓고 제작자를 설득해 임상수 감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자와 계약 당시 수정해야 하는 이유로 나를 납득시키면 이의 없이 수정해 주겠다고 했는데 임 감독으로부터 대본을 받아보고 황당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수정 보완의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임상수 시나리오로 다시 쓴 대본이었다”며 “내 대본에서 살아 있는 것은 초입의 한 장면 반토막과 나오는 사람들 이름뿐이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그래서 그의 대본이 훌륭했으면 이의 없이 ‘그대 대본이 더 훌륭하니 그대 대본으로 하십시오’ 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약 일주일 전에 제작자와 통화해서 빠진다고 했더니 임 감독이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며 “임 감독의 메일에 ‘사과 필요 없고 야단칠 의욕 없고 용서 할 수 없다’는 답장으로 마무리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영화 ‘하녀’ 리메이크는 김수현 작가가 1992년 ‘눈꽃’ 이후 17년 만에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것으로 영화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녀’ 리메이크 제작사 미로비젼은 끈질긴 설득 끝에 김 작가의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었다.
한편, 김수현 작가의 하차는 결정됐으나 ‘하녀’ 리메이크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수 감독 버전의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 제작사 측은 조만간 막바지 캐스팅과 투자를 확정하고 12월께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화 ‘하녀’는 1960년 김기영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사에 스릴러 걸작으로 손꼽힌다. 불륜과 살인, 비틀린 욕망이 불러온 한 중산층 가정의 파국과 몰락을 그린 파격적 스토리, 에로티시즘, 스릴러 장르의 교과서로 손꼽히는 탄탄한 구조 등으로 관객과 평단의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