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요법을 통한 암 정복의 길이 열리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1일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성 흑색종(피부암) 환자 2명이 자신의 혈액에서 채취한 백혈구를 유전조작해 다시 주입하는 면역요법으로 완치됐다고 발표했다. NCI 외과 과장인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는 진행성 흑색종 환자 17명에게서 채취한 T림프구라고 불리는 백혈구에 흑색종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수용체 생산 유전자를 주입한 뒤 운반수단인 바이러스에 실어 다시 환자에 투입한 결과 이중 2명이 완치돼 1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의 새 국면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로젠버그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면역요법을 통한 완치사례를 밝히면서 “흑색종 환자에게서는 암세포와 싸우기 위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T세포가 충분히 발견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암은 T세포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는 일반 T세포를 유전조작을 통해 암세포 공격용으로 전환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젠버그 박사는 “17명 중 단 2명에게서만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는 일반 T세포를 특정 암세포 공격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나머지 15명은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이 면역요법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전조작 T세포를 체액저류를 유발할 수 있는 ‘인터류킨-2’와 함께 투입했지만 부작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완치된 환자 2명 중 한 사람인 52세의 남자는 겨드랑이로 전이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고 간에 형성된 종양은 외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줄어들었다. 이 환자는 19개월이 지난 현재 암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30세의 남성 환자는 폐에 전이된 종양이 사라지고 18개월째 재발되지 않고 있다. 흑색종은 치명적인 피부암으로 재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악명 높다. 로젠버그 박사는 “더 흔한 종류의 암인 유방암ㆍ대장암ㆍ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곧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면역요법은 암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안전문제로 발전이 더딘 편이다. 프랑스에서는 희귀면역질환을 앓고 있던 ‘거품 소년’ 2명이 면역요법으로 완치됐으나 나중에 백혈병이 나타났고 지난 99년에는 18세 환자가 면역치료를 받은 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