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방한때 국새 등 9점 반환 최종 합의… 문정왕후·현종 어보는 포함 안돼

1897년 제작된 대한제국의 국새 '황제지보'
/사진제공=문화재청

한국전쟁 때 미국으로 불법 반출된 대한제국 국새와 어보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반환하기로 한미간에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한국전쟁 기간 중 미군에 의해 반출된 대한제국 국새와 고종 어보 등 인장 9과(顆·인장을 세는 단위)의 반환을 위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이하 HSI)의 수사절차를 마무리하는 서류에 17일 서명했다"며 "구체적인 인수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반환되는 인장은 1897년 대한제국 국새로 제작된 황제지보(皇帝之寶),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太皇帝)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1907년 제작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조선왕실에서 관리임명에 사용한 유서지보(諭書之寶)를 비롯한 국새와 왕세자 교육 담당 관청에서 관원 교지에 사용한 '준명지보', 헌종의 서화 감상용 인장인 '향천심정서화지기' 등 어보를 포함해 총 9점이다. 이들 인장의 존재는 헌종 대에 조선 인장에 대해 집대성한 서적 '보소당인존'과 대한제국 황실의 인장에 대해 기록한 '보인부신총수'에 명시돼 있다.

이들 인장에 대한 한·미 수사 공조는 지난해 9월 HSI 서울지부에서 문화재청으로 관련 사진을 보낸 것에서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역사적 기록을 통해 이들 인장이 우리나라 문화재임을 확인하고, 10월께 미국 측에 수사 요청을 보냈다. 그리하여 한국전쟁 참전 미군이 덕수궁에서 불법 반출했던 이들 11과의 인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수사국에 압수됐다.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원래 소유국에 돌려주도록 유네스코 협약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국새와 어보들은 몰수 등 미국 내 절차를 마친 뒤 애초 6월께 반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반환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러나 함께 돌아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는 이번 반환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 당국이 이들을 압수했으나 소장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 여부 검토 등 법적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어보의 국내 환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9과의 인장이 반환되면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시를 통해 국민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재청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도난 문화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한·미 수사 공조를 통해 HSI을 관장하는 이민관세청(ICE)과 '한·미 문화재환수협력각서'를 올해 하반기 체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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