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국내로 침투해 항공기 테러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9ㆍ11 테러’ 당시에도 국내 미군시설에 항공기를 공중 추락시키는 계획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15일 인천국제공항 보안대책협의회가 주최한 ‘제1회 항공보안 세미나’에서 “90년대 중반부터 알카에다가 국내 침투를 기도했다는 사례가 속속 알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알카에다의 국내 테러 위협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국 의회가 공개한 ‘9ㆍ11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2001년 ‘9ㆍ11 테러’를 기획할 때 한국과 일본의 미군시설에 여객기를 공중 추락시키는 이른바 ‘항공기 공작’을 추진하다가 2000년 빈 라덴의 지시로 중지됐다.
이에 앞선 95년에는 서울에서 이륙한 미국 국적의 항공기 3대를 비롯해 총 11대의 항공기를 태평양 상공에서 공중 폭파시키려는 ‘보진카 계획’을 실행하려다 모의과정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발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3월 체포된 알카에다 요원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는 95년께 항공보안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마닐라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입국하려다 공항에서 비자 미소지로 퇴거된 적이 있다고 이 자료는 덧붙였다.
이밖에 2002년 4월 튀니지 유대성당 자살폭탄 테러범도 98년 초 국내에서 불법체류하다가 강제 추방됐으며 주한 미군시설 정찰을 위해 재입국하려다 좌절되기도 했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과거 알카에다의 테러 목표가 된 만큼 우리나라도 이제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유관기관 공조를 통해 테러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