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주택대출' 고사위기

시행 4개월 만에 대출요건 등 대폭 강화
금리 연 5.7%로 올라 경쟁력 마저 상실
내주 새조건 적용땐 신청 30%이상 줄듯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위해 재도입 된 ‘생애 첫 대출’ 제도가 정부의 땜질식 행정정책으로 인해 시행 4개월 만에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대출요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대출 실수요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다 가장 큰 장점이었던 금리 경쟁력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애 첫 대출의 금리가 기존보다 0.5%포인트 높은 연 5.7%로 바뀌면서 사실상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 메리트가 거의 사라졌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5.60% 선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벌이면서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해 금리를 인하해주고 있어 실제 적용받는 금리는 5% 초반까지 적용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날부터 우량 고객들에게 기존보다 금리를 0.4%포인트 인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77~6.27%를 적용한다. 우리은행이 판매 중인 ‘아파트 파워론 Ⅱ’의 경우 이날 현재 연4.86~6.26%의 대출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대출기간, 청약부금 가입, 영업점장 전결 금리 등을 적용받은 우량 고객의 경우 대부분 5%대 초반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반면 생애 첫 대출은 지난해 11월 처음 출시됐을 때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연 5.2%의 금리였지만 지금은 금리가 5.7%로 올랐고 대출대상 역시 부부합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강화되면서 대출요건이 시중은행의 담보대출과 비교할 때 나을 것이 거의 없다. 이는 현행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연 6.80%의 고정금리 적용)과 비교할 때도 1.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욱이 생애 첫 대출은 주택의 소유권 이전등기 전까지는 보증보험료와 담보 설정비용까지 대출자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자가 실제로 지는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담보 설정비용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변경된 대출조건이 시행되는 다음주부터 생애 최초 대출 신청자 수는 급감할 것으로 대출취급 은행들은 예상하고 있다. 생애 첫 대출 취급 은행인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의 윤영목 부부장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곤란하지만 기존보다 대출 신청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서민의 주택마련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실효성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생애 첫 대출제도가 한정된 국민주택기금을 가지고 서민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무분별한 대출을 막기 위해 제도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맞다”며 “하지만 제도가 세 번이나 바뀐 것에서 보듯이 일관성과 먼저 대출받은 사람과의 형평성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보다 신중한 제도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정부가 오는 27일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조건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발표 시점과 조건 강화 시점간의 예고기간이 워낙 짧아 수요자들이 대출신청을 앞당기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데다 금리인상 조치는 이미 시행에 들어간 만큼 대출 이점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생애 첫대출 조건 강화방안이 발표된 지난 22일 오후부터 이날 영업시간까지 은행권에 문의전화는 쏟아진 반면 신규대출 신청자보다는 기존 신청자의 금리인상 적용 여부가 주류를 이뤘다. 농협 대전지점 관계자는 “생각보다 신규대출 관련 문의가 없는 것은 금리가 23일부터 올라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며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기존 신청자들의 우려가 많은데 기신청 대출에 대해서는 인상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도 예상과는 달리 신규대출 문의마저 많지 않아 담당 사업단과 영업점 담당자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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