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 '개똥남'은 왜 없을까?

루저녀ㆍ지하철 유튜브녀 등 여성차별적 조어만 많아
전문가들 “가부장적 남성우월 문화가 사이버에 반영돼”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개똥녀’, 남자라면 군대생활을 적어도 3년은 해야 한다는 ‘군삼녀’, 키가 180㎝ 넘지 않는 남성을 실패자로 규정한 ‘루저녀’, 대학 강의실 앞에서 환경 미화원에게 욕설을 한 ‘패륜녀’, 그리고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지하철 유튜브녀’까지 해마다 인터넷상에서는 여성과 관련한 신조어가 나온다. 주로 특정 상황에서 돌출된 말이나 행동을 한 여성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네티즌들은 ‘○○녀’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여론재판을 벌인다. 그런데 왜 ‘개똥녀’는 있고 ‘개똥남’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내재돼 있는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문화와 고착화된 여성상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전반적인 문화에 남성우월주의적인 요소가 많은데 이것이 인터넷상에서 그대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상수 한국여성쟁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에 대해 갖는 이상적인 상이 있는데 그것은 순종적이고 정숙하며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라면서 “이런 고정관념이 뿌리 깊이 배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일탈하는 행동을 하는 여성에게 가혹한 평가와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와 달리 남성의 경우 공격적이며 배려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것을 용인하는 경향이 커 같은 실수를 해도 한 개인의 특정한 행위로 보지 않고 남성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성 역할에 대한 이런 고착화된 태도는 성차별로 이어지고 결국 행위적인 차별로까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성식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남’은 눈에 띄지 않고 ○○녀가 넘쳐 나는 것은 이러한 논의를 주도하고 댓글을 다는 사람이 주로 남성이기 때문”이라면서 “초창기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 많은 학자들이 사이버 상에서 남녀평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봤지만 이곳 역시 기존의 사회 문화적인 관습이 그대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똥남’ ‘패륜남’보다 ‘개똥녀’ ‘패륜녀’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여성 차별 때문이라면 이를 고쳐나가야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은 예의에서 벗어난 심한 행동에 대한 처벌, 혹은 비난의 방법으로 전달력이 높은 인터넷을 활용한다”면서 “잘못한 행위를 지적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곽 교수는 “인터넷은 오프라인보다 군중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라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벌을 주기 위해 올린 영상이 본래 의도와 달리 확대 재생산되면서 대중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마녀사냥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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