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인도 '모디 효과' 지속될까

30년 만에 의회단독과반 확보… 日·中 등 국제관계도 능수능란
핵심인 '경제' 오히려 성적 나빠… 보조금·무역 정책 등 변화 필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인도 의회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했고 세계 정상들은 그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으며 뭄바이 증시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환희의 순간이 지속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인도가 과연 또 하나의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뉴델리에서 모디를 만나 이에 대해 직접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총리 취임 후 첫 인터뷰였다. 모디는 매우 지적이고 집중력이 강했지만 내가 지금껏 만나본 대다수의 정상들과는 달랐다. 그의 세계관은 정규 학교 교육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었다. 그는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 계급으로 태어나 17세에 집을 떠났다. 그 후 그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민족봉사단(RSS)에 가입했다. 훗날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인도 전국을 누빈 경험이 그에게 진정한 교육이 된 셈이다.

그는 구자라트 주지사로 지내던 시절에 방문했던 수천의 마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을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감정은 그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위생 문제 해결에 특히 열정적으로, 가정과 학교 등지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뉴델리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연설에서도 그는 수많은 인도인이 공공장소에서 용변을 봐야 하는 수치에 관해 얘기했다. 인도인들은 모디의 이러한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사랑한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모디는 공중화장실 문제에서 특별한 방향전환을 보였다. 그는 인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화장실이며 힌두교 사원을 짓는 것은 나중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가 열렬한 힌두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만큼 이 발언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모디와의 대화에 기초해 판단컨대 그는 상황 판단이 매우 기민한 사람으로 민족주의적 상징에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다.

모디는 국제사회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일본에 구애하면서 중국을 완곡하게 비판했지만 곧바로 중국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포용하면서 중국과 일본 양측에서 투자를 끌어냈다. 그는 원칙적으로 친미 성향이지만 미국 정부가 약 10년간 그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을 만큼 미국에 의지하는 정도는 약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서도 침묵하면서 동맹국인 러시아와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고 있다.

놀랍게도 모디가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는 분야는 그의 핵심 경쟁력인 경제다. 중요한 구조개혁의 실행 속도는 느리고 총리 취임 후 처음 발표한 예산안은 실망스러웠다. 보조금 문제나 무역 정책, 노동시장 규제 등에서 상당한 변화를 기대하던 이들은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개혁 부진은 그를 이끄는 원동력인 실용주의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일지 모른다. 경제 분야에서 그의 아이디어는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다. 모디는 경제가 잘 돌아가기를 원한다. 시장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지만 정부 규제가 보다 크고 빠른 변화의 수단을 쥐어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좋은 일이다. 그는 인도의 보호주의에 방어적이며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디는 구자라트주 정부 소유 기업들의 실적 호전을 이뤄낸 인물이다.

하지만 인도에는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인들이 많고 필수적인 주요 개혁의 지연은 모디를 계속 괴롭힐 수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 시장 대표가 최근 20년간 세계 주요 20개 민주주의 국가의 사례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어려운 개혁을 초기에 실행하는 지도자는 임기 후반에 보상을 받는다. 임기 2년차까지 초반 밀월 기간을 흘려보내고 개혁을 미룬 국가에서는 투자자들이 그간 거둔 이익들을 대부분 포기하더라도 시장에서 철수한다.

인도 국내에서 모디 정권의 밀월 기간은 이미 끝나가고 있을 수도 있다. 일련의 보궐선거에서 모디의 정당은 놀랍게도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모디 총리와 관련된 문제의 원인이 '너무 과감해서'가 아니라 '과감하지 못해서'라면 매우 생소한 아이러니일 것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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