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은행구조변화] "정상궤도 진입했지만 아직 불안"

「불안한 궤도정착」. 금융감독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금융구조조정을 일단락지은 은행권의 현재 모습을 이렇게 평가했다. 구조조정에 따라 은행권의 건전성은 향상돼 흑자기조로 돌아섰지만, 이자나 수수료 등 은행 본연의 업무에서 나오는 이익부분은 오히려 감소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질 예대금리에 입각한 안정수익 기반 조성이 시급하다는게 금감원의 내부평가다. 정부 일각에서 불시적으로 『은행권의 예대금리가 너무높다』며 은행을 옥죄는 것과는 다소 괴리된 모습이다.금감원은 또 13일 내놓은 「IMF 관리체제 이후 일반은행의 주요 구조변화」 에서 국내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들이 부실발생을 우려해 대출보다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 본연 업무인 금융중개기능은 환란전에 비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의 효과는 나타났다= 금감원이 내놓은 보고서대로라면 일단 구조조정으로 인한 효과는 은행에 흡입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형부터가 그렇다. 인원은 97년말의 11만3,994명에서 지난 3월말에는 7만4,782명으로 34.4%가 감소했다. 점포수도 5,987개에서 4,975개로 16.9%가 줄어들었다. 자연 단위당 영업규모, 즉 은행원 개별 책임은 커졌다. 일인당 총자산·대출금·예수금 규모는 30∼50% 증가했으며, 점포당 대출금과 예수금 규모도 12∼18% 증가했다. 내부구조도 튼실해졌다. 구조조정에 따라 부실채권을 대거 털어내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급감하면서 은행권의 수익은 지난해 14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400억원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구조조정으로 신규로 발생하는 은행권의 무수익여신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성업공사에 대거 부실채권을 팔면서 98년말 22조2,246억원까지 감소했던 일반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올들어 은행들이 건전성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지난 3월말현재 25조8,772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 부실채권 변동추이를 나타내는 신규발생액은 작년 4·4분기의 6조4,166억원에서 올 1분기에는 4조8,174억원으로 줄어들어 호조기미를 보였다. 은행들의 현금흐름, 즉 유동성도 개선되고 있다. 여유자금 발생과 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유동성자산비율이 97년말 28.1%에서 지난 3월말 47.0%로, 외화유동성비율은 81.0%에서 93.1%로 높아지는 등 크게 개선됐다. ◇은행간 차별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이같은 외견상의 호조세에도 불구,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일반은행 전체의 경상영업이익률은 전년의 10.6%에서 7.9%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5대 인수은행은 15.7%에서 18.1%로 오히려 상승했다. 경상영업이익률이란 유가증권 등으로부터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제외하고 은행이 본연의 업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칭하는 것을 말한다. 이자부문 이익에서 유가증권 이자부분 이익을 뺀 순이자부문 수익이 총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일반은행 전체가 3.2%포인트 하락한데 비해 5대 인수은행은 0.3%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고 순이자 부문에서 일반은행 전체로는 1조8,000억원의 손실을 봤으나 5대 인수은행은 2,000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유가증권 이자비중도 5대 인수은행은 지난해 17.2%로 일반은행 전체의 15.4%보다 높았고 유가증권 매매관련 부문에서도 일반은행 전체로는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본데 비해 이들은 4,000억원의 이익을 내 차별화 현상이 심화됐다. ◇금융중개기능은 오히려 위축= 부실채권에 생사를 맡겼던 은행들은 자연 대출을 줄였다. 대신 통안증권이나 국공채 등 안정성이 높은 유가증권로 운용처를 돌렸다.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은행들의 대출금 비중은 작년말의 44.5%에서 지난 3월말 현재 40.3%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원화대출금 비중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과 우량 중소기업에대한 대출기준 완화로 작년말의 25.8%에서 27.4%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유가증권 투자비중은 오히려 지난해말의 32.4%에서 37.1%로 크게 높아졌다. 유가증권 수익비중은 높아진 반면 이자 및 수수료 비중은 감소, 은행들이 안정적인 영업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본연의 금융중개기능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은행이 수익원천을 넓히고 있는 만큼 시장에 대한 위험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점. 총자산 대비 유가증권의 보유비중 상승과 함께 파생상품거래비중도 작년말 11.5%에서 지난 3월말 12.5%로 늘어났다. 시장 및 금리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수익구조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금감원은 은행이 금융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의 인수·합병 등 「규모의 경제」는 실현했지만, 「범위의 경제」는 실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겸업 및 업무제휴 등 영업 허용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할 방침. 또 거래업체에 대한 여신심사 및 각종 종보들을 활용한 컨설팅 업무 강화 등 각종 수익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이와함께 하반기부터는 기업구조조정과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로 무수익여신 비중이 증가하고, 주가 및 금리변동에 따른 각종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시스템의 조기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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