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을 누비는 미꾸라지처럼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말로 '미꾸라지 총리'라는 별명을 얻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그야말로 미꾸라지처럼 몸을 한껏 낮추고 진흙탕과 같은 정국에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식취임 전인 지난 1일에는 경제 재건을 위해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자민당 등 야당 당수들을 찾아가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고개를 숙였다. 전임 총리 시절 관계가 얼어붙은 게이단렌도 이날 이례적으로 방문해 "지도편달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6일에는 각 부처 사무차관들을 만나 "정치가만으로 세상을 좋게 만들 수는 없다"며 일본 재건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2009년 민주당의 '정치주도' 방침 아래 국정운영에서 사실상 배제를 당했던 관료들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껏 몸을 낮춰 협조를 구하는 신임 총리의 '미꾸라지' 행보에 대한 일본 국내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 회장은 노다 총리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요네쿠라 회장이 "정말 좋은 분이 총리가 됐다. 미꾸라지 내각을 더욱더 지지할 것"이라며 총리의 '응원단장'을 자처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웃나라에서 미꾸라지를 자처하는 일본 총리를 바라보는 심경에는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노다 총리는 간 내각에서 재무상으로 재임 당시 수차례의 환율개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인물이다. 통화가치 급등의 동병상련을 앓아 온 스위스가 초강수 환율방어책을 내놓은 마당에 노다 총리가 외환시장에 어떤 강수를 둬서 또 한번 글로벌 환율전쟁에 불을 붙일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교 노선도 개운하지 않다. 노다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며 일단 한ㆍ중과의 원만한 관계구축에 나섰지만 최근 한 잡지에 쓴 기고문에서는 아시아와의 협력보다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한편 이웃나라와의 영토분쟁에 관해 "일본 영토를 지켜나갈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나라 안에서는 궂은 일도 마다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의(善意)의 미꾸라지도 대외적으로는 맑은 우물을 뿌옇게 흐리는 부정적 의미의 미꾸라지가 될 수도 있다. 노다 총리가 안팎에서 선의의 미꾸라지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