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영화]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꿈속의 여인'제2차 세계대전의 신고를 알리던 1938년. 안개 낀 독일 베를린 공항에 수많은 보도진의 카메라를 받으며 스페인의 당대 스타배우들이 한명씩 비행기 트랩을 밟는다.
대기중이던 리무진이 출발한 곳은 우파(UFA) 스튜디오. 히틀러는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스페인의 내로라 하는 배우와 감독을 데려와 영화를 찍게 한다. 스페인어와 독일어로 각각 찍게 될 이 영화의 제목은 바로 ‘꿈속의 여인’.
프랑코 정권하에 투옥된 아버지를 석방해 달라는 조건으로 이 초청에 응한 여주인공 마까레나. 영화제작이 진행되면서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쟁탈전이 시작된다.
히틀러의 오른팔이자 문화선전부장이었던 괴벨스는 호화로운 저택과 아름다운 목걸이를 선물로 바치며 그녀를 유혹한다.
한편 마까레나와 내연의 관계였던 영화감독 블라스는 자신의 영화완성을 위해 그녀를 괴벨스에 넘기고 나서도, 밤이면 그녀의 방을 찾는다.
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접근은 단순한 삼각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시수용소에서 촬영장의 엑스트라로 전출되어 온 가난한 청년 레오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스튜디오는 일대 ‘사랑의 세계대전’으로 뒤집어진다.
‘아름다운 시절’로 외국어영화부문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던 스페인의 페르난도 트루에바의 ‘꿈속의 여인’(원제 The Girl of Your Dreams)은 로맨스와 코미디를 솜씨있게 버무려 재미와 감동을 준다.
권력자를 향한 조소와 영화인들에 대한 풍자가 적당히 녹아 있는가 하면 살짝살짝 엿보이는 성적 자극도 즐거움을 안겨주고 후반의 사건 전개에서는 제법 긴박감이 넘친다.
타이틀 화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대한뉴스’풍의 내레이션과 괴벨스ㆍ레니 리펜슈탈ㆍ마를렌느 디트리히 등 실존인물의 등장은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속에서 자신의 매력에서 자연생성된 사랑의 권력으로 남자들을 주무르면서 진정한 사랑의 독재자로 남자들위에 군림하는 여주인공으로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맡았다. 25일 개봉.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