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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전문업체인 테슬라모터스의 순수전기차(BEV) 세단인 '모델(Model) S'는 매월 2,000대 가까이 팔리며 올들어 7월까지 1만893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 국내의 전기차 관련 종목들도 덩달아 상승하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모터스의 성공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영진의 전략이 좋았고 차량의 성능이 뛰어났다. 테슬라모터스 경영진은 현재 배터리 기술과 가격,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고려했을 때 대중적인 전기차의 보급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중적인 전기차가 아닌 고가의 모델에 집중했고, 그 결과물이 테슬라 로드스터(Roadster)와 모델 S였다. 13만6,000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로드스터를 통해 우선 고급 스포츠카 시장을 공략했다. 로드스터는 지난 2009년 출시 이후 총 2,300여대가 팔리며 전기차도 스포츠카로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신뢰감을 고급 스포츠카 소비자들과 시장에 전해줬다.
모델 S도 보급형 차량이 아니다. 모델 S의 가격이 세금을 포함해 약 6만2,000~8만7,000달러 가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BMW 5, 아우디 A7, 벤츠 E 클래스 등이 동급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경쟁 모델과 비슷한 반면 주행성능은 오히려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공차 중량이 300~400kg 정도 되는 등 무겁고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100km로 짧은 게 단점이다. 하지만 저렴한 총소유비용(TCO)과 성능을 고려하면 동급차량과 비교해 구매 매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세단과 쿠페를 넘나드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희소성, 최대 7인까지 탑승 가능한 편의성 등이 모델 S의 강점이다. 순수한 자동차로서의 매력이 뛰어났기에 컨슈머 리포트 등에서 올해의 자동차상을 수상한 바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전기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모델S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배터리 용량을 충분히 만들어 이런 불안감을 해소했다.
배터리 용량이 클수록 전기차가 멀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용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배터리 무게다. 배터리 무게가 증가하면 주행거리가 줄어 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했다. 바로 차량의 경량화와 배터리 에너지 고밀도화다. 알루미늄을 이용한 모델 S의 차체는 배터리를 제외한 공차 중량이 1,518kg으로 경쟁 모델보다 200kg 가까이 적다. 또 전기차가 대부분 라미네이트 파우치형 배터리 셀과 각형 배터리 셀을 사용하는데 반해 테슬라모터스는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어 기존 전기차 제조사들은 각형이나 파우치형 셀을 전기차 배터리팩으로 개발해 왔다. 그러나 테슬라모터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원통형 전지를 안정화하는데 집중했다. 7,000여 개 원통형 셀의 온도를 정밀 제어하고 냉각해 배터리팩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테슬라 배터리팩은 경쟁사 배터리팩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우수한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테슬라모터스는 충전시간 단축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집중했다. 모델S의 주행가능거리는 늘렸지만 충전시간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보다 충전 시간이 긴 데다 충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염려가 제기된 것이다. 테슬라모터스는 운전자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도입했다.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수퍼 차저(Super Charger)와 90초안에 배터리를 교환하는 배터리 스왑(Battery Swap)이 그것. 수퍼차저는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120kW의 고압 충전으로 공공 충전소보다 20배 이상 빠른 충전이 가능해졌다. 20분 내 배터리 절반 이상을 충전할 수 있으며 30분 충전으로 약 322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를 80% 충전하는 데 최적 충전 시간은 약 40분 소요된다. 게다가 수퍼차저를 이용한 충전은 평생 무료다. 또 2013년 말까지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에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고 2015년 내에 북미지역의 98%를 커버할 예정이다. 핵심 지역의 충전소간 거리는 100~160km 정도를 유지하고, 충전시간에 대비한 주행거리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이보다 빠른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급한 운전자들을 위해 제 3의 대안으로 배터리 스왑도 내놓았다. 테슬라는 지난 6월 말 동영상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엘론 머스크의 진행 아래 완충된 배터리를 통째로 90초 만에 교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전기차를 지원하는 미국 정부의 영향도 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 구매자들에게 7,500달러 가량의 연방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또 미국 에너지부(DOE)는 테슬라에 저리(3~4.4%로 추정)로 자금을 대출해주며 기업 성장을 도왔다.
테슬라모터스의 올해 실적을 기초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508배. 현재 버블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위의 성공요인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버블논쟁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테슬라모터스로 인해 미래차로 여겨졌던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