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9월 15일] 인클로저 운동과 시장경제

지난 12세기부터 영국에서는 양모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양을 사육하는 농가가 늘어났다. 당시에는 농지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 누구나 양을 사육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양모의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16세기 들면서 양의 사육 농가도 급증했다. 약삭빠른 일부 농가는 공유지에 울타리를 치거나 담을 쌓아 타인의 사용을 막음으로써 사유화했다. 이를 인클로저 운동이라고 부른다. 인클로저의 관행이 늘어나면서 처음에는 정부와 교회가 인클로저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인클로저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부의 지식인들은 인클로저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인클로저의 비율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개인의 땅을 표시해 주는 각종 조치를 연달아 만들었다. 인클로저를 지지하는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당시 땅의 사용이 모두에게 허가되어 있으므로 너무 많은 양을 키워 목초가 망가진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계속 키울 뿐더러 더욱 양의 수를 늘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 키운다면 자기 혼자 양의 수를 줄이는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각자의 이기심과 경쟁심, 그 결과 나타나는 무제한적인 착취 때문에 결국 땅을 못쓰게 될 것이다. 야구ㆍ축구ㆍ농구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마음껏 자기 기량을 뽐내면서 점수를 얻는 과정은 통쾌하다. 그런데 경기가 폭력으로 얼룩질 때가 있다. 이때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판은 경기 규칙을 확실히 세우고 필요하면 경고도 주고 퇴장도 시킨다. 그런 믿음과 질서 위에서 선수들은 마음 놓고 뛸 수 있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시장경제시스템도 경제행위에 대한 룰을 나라마다 가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지켜지는 사회적 규범, 강제적으로 지켜야 하는 제도와 법률, 그리고 규제 등이 있는데 이를 경제제도라고 한다. 이 경제제도를 잘 만든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재산권이 지켜지기 때문에 경제 선택과 활동이 촉진된다. 공산국가였던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자본주의 국가로 다시 태어났다. 그런데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원인은 제도의 범위였다. 법과 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규범과 법 집행능력, 그리고 사회질서가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치의 바탕이 잘 마련된 사회, 법과 제도가 잘 지켜지는 사회에서 성장률도 높고 사람들은 잘 살게 마련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