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을 위한 비공식 각료회의가 14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가운데 협상 초안에 대해 농산물 수입국은 물론 수출국까지도 크게 반발 하고 있어 타협안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오는 3월말로 예정된 농업협상 세부원칙의 확정시한을 앞두고 사전 조율을 위해 열리는 것인데, 초안은 농업관세 최소 감축 기준으로 25~45%를 줄이고 농업보조금을 40~60% 깎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돼 있다.
◇너도 나도 반대, 각국 기 싸움 치열=대부분이 농산물 수입국인 유럽연합(EU)의 프란츠 피슐러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13일 “세부원칙 초안이 지나치게 미국의 입장만을 반영,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일본 농수상 역시 “초안의 관세 인하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초안대로 적용할 경우 국내 쌀 농사 기반이 와해된다”고 우려했다.
농산물 수출 17개국이 결성하고 있는 `케언즈 그룹`의 일원인 호주의 마크 베일 농업장관은 “이번 안이 진정한 내용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미 농업 전문가들 역시 초안이 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농업 관세가 인하돼야 하며 농업보조금도 더 깎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타협 가능성 점치기도=도하개발아젠다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핵심 사안인 농업협상 타협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절충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란츠 EU 집행위원은 “다음 달까지의 시한을 지키기 위해 세부원칙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일각에서도 현재 쌀 생산비를 감안할 때 관세율이 떨어진다 해서 생산 기반 자체가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 호주 농업장관 역시 “이번 도쿄 비공식 각료회담에서 절충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타협 불가피론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일정=이번 사전 조율 이후 WTO 회원국들은 다음 달 25~31일 동안 농업협상 특위를 개최해 세부원칙을 최종 확정한다는 시간표를 마련해 놓고 있다. 각 회원국은 세부원칙에 의거해 내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되는 제5차 WTO 각료회의 전까지 분야별 이행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돼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