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중심이라는 요란한 구호로 출발한 물류체계 개선사업이 탁상행정과 부처간 업무조율 실패로 국고만 축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화물차량의 공차율(전체 운행차량 중 빈 차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첨단화물 운송서비스’는 업자들의 가입률이 2%에 불과해 연간 10조원 가량의 물류비를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물류사업 개선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건교부ㆍ해양수산부 등 관련부처 관련제도의 정비, 사업계획 조정, 담당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건교부가 화물차량의 위치ㆍ운행일정 등 화물정보를 운송업체와 화주가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한 ‘첨단화물 운송서비스’는 가입률이 2%로 극히 저조한데도 별다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보이용료(월 2만4,000원)가 비싸고 운전자의 입사일 등 지나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공차율은 50%대로 미국 등 선진국의 25%대에 비해 매우 높다. 교통개발연구원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돼 공차율이 25%로 낮아질 경우 연간 10조원의 물류비가 절감될 수 있다. 업체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건교부의 탁상행정의 결과 매년 10조원이 길바닥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관계부처간 업무영역 다툼으로 물류체계 혁신이 뒷걸음질친 사례도 많았다. 정보통신부ㆍ건교부ㆍ해양부 등 6개 기관이 2003년 10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가물류 정보체계 혁신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업은 수출입 업무별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것으로 각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허가 단일창구’가 부처간 이견조율 실패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의 정보시스템이 연계되지 못해 총 428억원의 사업비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또 선진 물류시스템의 신기술인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을 과학기술부ㆍ정통부ㆍ산업자원부가 중복 개발하는 데 따른 예산낭비 가능성도 지적됐다. 이 문제는 감사기간 중 과기부가 총 사업비 2,01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유비쿼터스 컴퓨팅 및 네트워크 기술개발사업’을 정통부측에 이관함으로써 일부 조정됐다. 이밖에 물류관련 정책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 2000년 만들어진 물류정책위원회는 각 부처의 참여가 소극적이어서 지금까지 단 두차례 회의를 여는 등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참여정부 출범 이래 야심차게 주장했던 ‘동북아 물류중심’이라는 목표가 명확한 추진주체도 없이 실행됨으로써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