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자산운용 시장 진출을 완료했거나 이를 위해 시장을 탐색하러 오는 외국계 운용회사 인사들을 만나보면 국내 펀드시장의 역동성에 매우 놀라는 눈치다. 한국에서 특정 국가 또는 특정 테마펀드가 순식간에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씩 팔려나가는 현상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외국본사에서는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자산운용회사의 한국사무소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현지 본사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들이 총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투자가들의 투자열기에 오히려 크게 고무되었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해외펀드 열풍 한가운데서 직접 펀드를 운용하노라면 기대감과 초조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해외펀드의 인기가 반갑기는 하지만 시장의 요구를 어떻게 담아낼지, 높은 수익률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의 기대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가 고민이다.
지금 해외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의 모습은 어떤지 짚어보자. 시장의 요구는 폭발하는데 미쳐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맞이한 해외펀드시장에서 상품개발만 하고 펀드운용은 통째로 외국 운용회사에 비싼 수수료를 주고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두가 대박의 환상을 좇아 그럴듯한 상품 아이디어에만 골몰하고 있다. 수익률제고보다는 자금을 모으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자산시장이 호황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펀드간 차별화가 무색했다.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투자자들은 냉정하게 자산운용회사를 평가할 것이다. 누가 진짜 선수였는지 아닌지를 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준비해야 한다. 운용전문인력의 확보, 체계적인 운용프로세스, 신뢰성 있는 백오피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가능하면 문화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남아지역과 투자대상이 협소한 특정섹터펀드는 직접운용방식으로, 접근이 어렵거나 경쟁이 버거운 선진시장은 아웃소싱이나 인덱스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