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中企 "추석자금 기대도 안합니다" 정부는 5조6,000억 방출했다지만… 상여금대출 몇천만원도 은행선 담보요구 그나마 문턱낮은 사채시장으로 발길 돌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정부나 금융기관들이 추석자금을 방출한다고 발표만 하면 뭐합니까. 은행 창구에서는 담보부터 요구하는데요." 최근 추석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총 5조6,000억원의 특별자금을 방출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매출규모가 작거나 내세울 게 기술력밖에 없는 영세 중소기업들에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들에게 은행 문턱은 에베레스트처럼 높기만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소형 가전을 생산하는 H사 김모(45) 사장. 그는 최근 20여명의 직원들 추석 상여금이라도 챙겨주려고 2,000만여원을 대출받으러 나섰다가 은행의 높은 문턱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대출 담당 직원이 회사가 설립된 지 2년도 되지 않은데다 올 매출도 10억여원에 불과해 신용대출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김 사장은 "은행 직원 말만 믿고 일주일 넘게 20여가지의 서류를 준비했는데 이제서야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울분을 토하면서도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니 내년에는 매출도 늘고 금융기관의 자세도 달라져 즐거운 추석을 맞을 수 있지 않게냐"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570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금사정이 나쁘다는 업체가 56.1%, 원활하다는 업체는 7.6%에 그쳤다. 따라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61.1%로 지난해(65.8%)보다 4.7%포인트 감소하는 등 3년째 내림세(2002년 83.9%, 2003년 71.3%)를 이어오고 있다. 높은 환율과 고유가 등으로 인한 원부자재가 상승 등에도 불구, 상당수 중소기업이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치 못하는 등으로 경영난과 함께 극심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및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규모 및 대상이 매우 제한적인 탓에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대 명절인 추석연휴가 대부분의 영세 중소기업에게는 '고난의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반월공단에서 필름 단열재를 생산하는 N사는 얼마전 겨우 몇 천만원의 대출을 받기는 했지만 2,000평 공장 부지를 담보로 잡힌 후에나 가능했다. 이 회사 자금담당이사는 "처음에는 신용대출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은행측이 담보를 요구해 할 수 없이 공장부지에 등기설정을 하고서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정부가 중소기업들한테 자금을 푼다지만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포천에서 유화제품을 생산하는 J사 경리담당부장은 "원부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올랐지만 납품단가는 변한 게 없는 형편"이라며 "그나마 원재료는 현금을 사고, 납품 대금은 어음으로 받고 있어 추석 상여금은 커녕 지난 3개월 동안 밀린 직원 월급 막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의 이러한 분위기를 일선 은행에서도 잘 알고 있다. 모 시중은행 대출담당 직원은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연체율을 줄이는 게 현안인데 위에서 자금 지원을 독려한다고 담당 직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을 해 줄 리 있겠느냐"며 "솔직히 추석 자금도 웬만한 신용도가 없으면 담보나 보증서가 있어야 한다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접근하기 쉬운 사채쪽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는 곧 산업구조를 취약케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높은 우려를 낳고 있다. 포항에서 선박기자재 부품을 공급하는 D업체는 몇 년 동안 사채를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 최 모 사장은 "금리가 월 1% 정도로 은행금리보다 비싼 편이지만 수금이 되지 않아 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는 사채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면서 "은행 대출 심사는 까다로워 대출 받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사업을 하기 어렵다"며 '사채 옹호론'을 폈다. 실제로 사채업자들은 오랫동안 거래해온 경우에는 신용만으로 돈을 빌려주고 첫 거래라 할지라도 금융권처럼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무실 보증서나 대표 개인의 전세 계약서, 발주서 등 가능한 범위에서 담보 제공이 가능해 중소기업 중에서는 고금리를 무릅쓰고 사채를 이용하는 업체가 상당 수 있는 실정이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자금난으로 사채를 이용하는 업체가 지난해 12월의 경우 14.4%로 지난 2002년(6.9%), 2003년(12%)에 이어 3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9/15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