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이·억제 동시가능 '두 얼굴 단백질' 규명

백성희 서울대 교수팀…신개념 항암제 개발 기대

체내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암 전이를 일으킬 수도, 억제할 수도 있는 ‘두 얼굴’을 가진 단백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에 따라 이 단백질을 조절하면 암의 최종 단계인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신개념의 항암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암 전이 억제유전자의 작동을 막는 단백질과 결합함으로써 암 전이를 일으키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 ‘스모(SUMO)’ 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립암센터 암정복추진 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이뤄졌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셀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이날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전립선암에서 ‘KAI1’ 유전자의 암 전이 억제기능을 방해하는 렙틴(Reptin) 단백질의 기능을 연구하던 중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스모 단백질이 암 전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모 단백질이 렙틴과 결합하면 KAI1 유전자의 발현을 막고, 반대로 스모가 렙틴에서 떨어지면 KAI1 유전자가 활성화 돼 암전이가 억제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이단계의 전립선 암세포주를 대상으로 한 분자실험에서도 이 같은 스모 단백질의 기능을 확인했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암 연구 분야의 최대 난제인 암전이 분야에서 스모단백질이 암 전이를 켜고, 끌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에 규명된 스모 단백질의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신개념 항암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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