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투자, 분양 가구수·용적률 꼭 따져봐야"

[아파트 분양 단계별 투자 포인트]
재정비구역 물건은 조합 사업진행 상황 체크를
장기투자는 수도권 택지지구·보금자리 노릴만
당첨 됐을땐 실망 말고 알짜 미계약분에 주목

아파트 분양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각 공급 단계 별로 맞춤 청약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 설립을 마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경.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집값이 최초 분양가보다 낮아지는 일명 '깡통아파트'가 속출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권에서조차 고육지책으로 분양가를 10~20%씩 낮춘 단지가 숙출할 정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되고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등 아파트 투자 환경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응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입지와 분양가 등에 따라 아파트 분양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무작정 청약통장을 쓰지 말고 길목에 돈을 묻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행에서 준공까지 아파트 분양의 각 단계 별로 투자 '포인트'를 짚어봤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아파트 분양의 첫 단계는 시행에서 시작된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건축계획을 짜고 이에 대한 인ㆍ허가를 받는 작업을 통틀어 시행이라고 부른다. 다만 시행 단계에서는 토지매입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 한재혁 코람코자산신탁 자산운용팀장은 "국내에서는 직접 아파트를 개발하는 리츠(Reits)나 펀드가 드물고 주로 기관이 투자자로 나서기 때문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간접투자상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행단계의 새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재개발ㆍ재건축예정 구역의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재정비사업장에서는 조합이 시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단순히 시세만을 따져 투자하기 보다 일반분양 가구수나 용적률 등을 따져 개략적 사업비용을 계산해 보면 손익분기점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철저히 시행자 입장에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비구역의 물건을 매입할 때는 또한 각 조합의 사업 진행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 투자하면 사업기간이 길어져 예상치 못한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합에 걸려 있는 각종 소송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최근 법원이 사업시행계획 무효 판결을 내려 사업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1구역 역시 올해 초 조합설립 무효 판결이 나와 상반기로 잡혀있던 분양일정이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입지 별 맞춤형 청약전략 짜야= 시행작업이 마무리되고 터파기 등 기초 공사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분양이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는 맞춤형 청약전략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기간이 긴지 짧은지, 해당 단지의 청약 접수가 순위 내에서 마감될지 아닐지 등에 따라 접근 방식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첨 후 계약금만 지불하고 분양권을 팔아 단기 차익을 남기길 원한다면 서울의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를 노리는 게 낫다. 전매 제한에 묶이게 되는 택지지구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은 민간택지 아파트는 전매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과 가까운 곳에서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이 얹히는 경우가 많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어 흑석뉴타운과 같은 유망 단지에도 웃돈이 거의 붙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왕십리뉴타운ㆍ아현뉴타운 등 유망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분양가만 합리적이라면 청약통장을 써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를 원한다면 수도권 택지지구나 보금자리주택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들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 당장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입지도 빼어난 곳이 많아 거주와 투자를 겸한 수요자에게 안성 맞춤이 될 수 있다. ◇알짜 미계약분에 관심 가져볼만= 원하던 아파트 청약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청약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에서도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당첨자로 분류되는 물건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분양대행사 사장은 "계약을 포기한 집은 대부분 층이나 향이 안 좋은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며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집을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경우 청약통장도 아낄 수 있어 향후 부동산 활황기가 왔을 때 다른 투자처를 고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는 장점도 있다. 분양가와 입지, 단지 규모와 같은 기본 조건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때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기존 아파트의 시세보다 10~20% 가량 비싸게 책정되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가를 내세워 공급에 나서는 아파트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오는 15일부터 청약접수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구 '반포힐스테이트'의 경우 3.3㎡당 분양가를 3,050만원으로 책정했다. 인근 아파트의 매매가가 3.3㎡당 3,500만~4,0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다는 게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단지 규모도 중요한 변수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입주 쇼크가 마무리될 즈음에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3,410가구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5㎡형은 입주 직후 11억~12억원 선이던 실거래가 지난 4월을 기준으로 14억9,000만원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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