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쌀 관세화를 확정 발표했다. 쌀 개방을 미루는 대가로 의무수입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수입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문을 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쌀시장은 내년 1월부터 전면 개방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설명처럼 쌀 관세화는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동참과 국내 쌀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1995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쌀 관세화 유예로 우리나라가 들여와야 할 의무수입 물량이 20년 전 5만1,000톤에서 올해 40만9,000톤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또다시 유예할 경우 82만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이렇게 의무수입 물량을 더 늘렸다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는 점에는 정부·농업계 모두 인식을 같이한다.
문제는 관세율이다. 정부는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해 관세율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관세율에 대해 "관세율을 300%만 부과해도 수입쌀 가격이 우리 쌀보다 비싸질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면 수입쌀이 몰려오더라도 국산쌀의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20년 전 국산쌀 가격은 수입쌀보다 5∼6배 비쌌지만 지금은 차이가 2∼3배로 줄었다. 현재 국산쌀 가격은 80㎏짜리 한 가마니에 17만원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은 8만∼9만원대, 중국산은 8만5,000원 선이다. 국제 쌀 가격을 가마니당 평균 8만원으로 가정하고 40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수입쌀의 국내 도입가는 40만원이다. 200%만 적용하더라도 수입쌀 가격은 국산쌀 가격보다 비싼 18만원이 된다.
이젠 쌀 수입 논쟁을 떠나 국산쌀의 품질 고급화 등 쌀 산업 발전에 국민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어차피 시장개방으로 인한 쌀 수입을 피할 수 없다면 반대로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해 수출하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때마침 중국 등지에서 음식한류 바람이 거세다. 품질 좋은 쌀을 공급하면 국내외의 고급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 농업의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은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품질 고급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쌀 농가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