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세계 무역규모가 5년 만에 최대폭의 상승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 등 각 국의 보호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경제에 활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덜란드 경제연구기관인 경제정책분석연구소(BEPA)의 자료를 인용, 7월 전세계 무역규모가 전월보다 3.5%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BEPA에 따르면 2000년의 무역규모를 기준(100)으로 했을 때 지난 7월의 무역량은 137.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의 최고치(163.4)보다는 16% 낮은 수준이지만 회복세를 봤을 때 의미있는 수치라는 평가다. 월별 통계치보다 변동성이 적은 올해 5~7월 사이 3개월간 무역규모 역시 5.2% 증가, 지난해 3~5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교역 상품의 가격도 상승해 세계 무역의 회복세가 완연해졌음을 나타냈다. 5~7월 교역 상품 가격은 2~4월보다 3.7% 높아졌다. 특히 에너지 및 원자재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올 초 세계 무역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각국의 보호주의에 따른 감소가 아니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서 각각 자국산 건설자재 등만 사용토록 하는 이른바 '바이 로칼(Buy-local)' 규정을 만들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우려했던 바대로 연초 무역량 감소는 보호주의로 인한 게 아니라 단순히 각국의 수요 부족으로 인한 현상이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지솝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세계의 무역 시스템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며 "이는 일본과 독일 등 수출의존형 경제시스템을 가진 나라에 특히 희소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무역금융(Trade financing)의 부족 문제도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세계 무역시장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무역금융 부족으로 인한 세계무역 감소가 10~1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호주의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철강 파이프 제품에 대해 40%에 가까운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이전까지는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에 앞서 해당 업계가 실제로 수익이 줄었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번 결정은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만으로 내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산 타이어 제품에도 관세를 물리면서 중국이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