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족과 와인세대

새로운 이름을 지닌 부족과 세대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발생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으로 형성된 이들 집단에 대해 명칭을 붙인 경우도 있고, 상업적 동기에서 새로운 고객 창출을 위해 명칭부터 만들어낸 경우도 있다. 지난 80년대 미국에서는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생활을 하면서 진보적 성향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을 여피족(Yuppie)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르주아의 야망과 성공, 보헤미안의 반항과 창조성이라는 이중적 성향을 품고 있는 보보스족(Bobos)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기 일만큼은 열심히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와 인터넷 시대를 맞으면서 주로 청년층에서 새로운 부족 집단이 많이 생겨났다. 사회와 단절된 채 누에고치처럼 집에서 칩거하며 사이버 공간에서만 존재의의를 찾으려는 누에고치족(Cocoon), 가급적 학교 졸업을 늦추면서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는 캥거루족 등 주로 폐쇄적 성향의 집단이 많았다. 최근에는 웰빙족(Well-Being)이 탄생했다.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는 싫다.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해치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야근ㆍ휴일근무는 수당을 아무리 많이 줘도 싫고, 술자리도 피하고, 사람 만나는 것보다 명상과 요가를 더 선호한다. 이로 인해 웰빙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근로정신과 성취동기는 점차 사라져간다. 여가산업의 영악성은 드디어 와인세대까지 만들어냈다. `잘 숙성된 새로운 장년층`이라는 뜻으로 상업적으로 창출된 세대인 듯하다. 개발연도에 기여를 많이 했으니까 이제 여가를 즐기고 와인이나 마시면서 삶의 질에 충실하라는 의도가 함축돼 있는 것 같다. 더욱이 대화도 안되는데 다른 부족들과 굳이 섞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집단폐쇄성까지 주입한다. 모두 뭉쳐서 지금보다 곱절로 일을 해도 사면초가인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찾을까 말까 한데 이 무슨 현상일까. 우리가 몸이나 만들고 여가나 즐길 때인가 생각해볼 문제다. <조환익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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