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ㆍ장관 등 고위공직 후보자들 가운데 편법증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증여 대상 자산도 예금ㆍ부동산을 가리지 않고 증여액이 10억원을 넘기도 한다. 몇몇 후보자는 별다른 소득도 없는 자녀에게 1인당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돈을 예금ㆍ보험상품 등 형태로 편법 증여했다가 인선발표를 전후해 증여세를 냈다. 아파트를 증여하기 직전 본인 명의로 담보대출을 받거나 가족 간에 전세보증 계약을 맺어 증여세를 줄이는 편법도 저질렀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후 거주할 서울 내곡동 땅을 아들 시형씨 명의로 구입했다가 문제가 됐다. 특별검사팀은 시형씨가 큰아버지와 어머니(은행 담보대출)로부터 6억원씩을 빌렸다는 이 대통령 일가의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며 불법증여로 결론지었다. 이처럼 국민과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들 사이에 탈세 등 편법ㆍ불법이 만연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고위공직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고급 투자정보를 접하거나 사적인 이해관계를 정책에 개입시킬 여지가 많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된다.
흐린 윗물에 맑은 아랫물 없다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편법증여 등을 통해 세금을 덜 내는 행위가 퍼지고 있다. 세제ㆍ예금자보호 혜택을 받기 위해 자녀 등 명의로 예금하는 일도 흔하다. 공직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게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탈세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과세 인프라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차명계좌에 돈이 들어온 시점에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증여세를 안 내려면 본인이 차명계좌임을 입증하도록 한 개정세법이 그 예다. 이 법 때문에 최근 증여세를 냈다는 장관 후보자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엄청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稅源)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과세 인프라를 촘촘하게 깔고 차명거래를 일부 허용하는 금융실명제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