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정부가 각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미뤄졌던 축제나 행사 재개를 요청해 사실상 '일상 복귀'를 선언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올 들어 가까스로 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정부 각 부처·청, 전국 17개 시도 등에 보낸 공문을 통해 예정된 각종 문화·체육·관광 행사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또 해당 기관과 산하 기관 직원의 관광·여가활동 등을 독려할 것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 줄줄이 연기됐던 공연이나 지역축제 등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내수경기 회복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아직 16명의 세월호 실종자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일상 복귀를 선언한 것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수침체가 장기화돼 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미국과 일본도 대형 재난 후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간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접어든 사례가 있었다. 미국은 지난 9·11사태 때 사고 6일이 지난 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에 열린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여행·운송·숙박업체 등에 저리 대출 지원, 부가가치세 등 납부기한 연장 등 긴급 지원방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애도 국면을 접고 행사 재개를 요청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관광·여가·스포츠 업계를 관할하는 문체부가 앞장섰다.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5월 황금연휴 효과가 크게 사라진 가운데 다가오는 6월 황금휴가(4~8일)와 2014 브라질월드컵 기간에도 애도 분위기로 소비침체가 지속될 것을 우려해 정부 차원에서 선제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일부 기업들이 연기·보류했던 판촉활동에 다시 나서고 있고 월드컵 마케팅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정부와 공공기관의 이 같은 정책이 실행되면 세월호 사건으로 멈췄던 대한민국 경제 시계도 다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행사 재개 요청 공문이 내려온 만큼 세월호 사건 이후 연기된 행사 등을 다시 확인해 6·4지방선거 이후에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105포인트에 머물렀다. 같은 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3.7%로 변경했다. 이러한 침체 국면에서 정부의 지자체 축제·문화 행사 재개 등 일상 복귀 선언이 하반기 경기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