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상 절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팀이 의외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를 흔히 본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나 감독의 경력을 보나 어느 한 군데도 강팀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팀이 승리를 거두는 배경에는 분명 뭔가가 있다. 바로 팀웍이다. 감독은 선수들을 애정으로 지도하고, 선수들은 서로 의지하며 팀원의 약점을 보완한다. 힘을 합치면 분명히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은 기본이다. 그런 팀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있다. 누구 하나 딴전을 피우거나, 영웅심도 없다. 오직 자신의 포지션을 묵묵히 지킬 뿐이다. 자신의 실수가 팀의 전력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두려움에 실수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런 팀은 선수들의 부모들은 물론 동네사람들도 모두 하나가 된다. 감독의 경력이 보잘 것 없지만 그 감독을 굳게 믿는다. 선수나 감독이 실수해 게임에 진다 하더라도 결코 탓하지 않는다. 모두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힘을 모을 뿐이다.
요즘 새 정부의 정책틀을 짜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바로 스포츠 팀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스포츠로 치면 인수위 멤버들은 코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바로 노무현 당선자다. 선수는 바로 정부와 기업이다. 코치와 감독이 바뀌면 전략과 전술도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이 같은 인수위의 전략ㆍ전술을 놓고 말들이 많다. `가진 자`들 사이에서는 “모두들 하향평준화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이 많다고 한다. 소위 부유층들이 많이 산다는 강남은 상속ㆍ증여세 포괄주의 등 새로운 제도들이 시행될 경우를 대비해 재산감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대기업 선수들은 `경기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며 시간벌기에 나서는 눈치다. 물론 `힘있는` 인수위 때문에 억지춘향격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은 내비쳤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출전할 의사는 없는 듯이 보인다. 감독이 하는 것을 본 뒤에 게임에 나서겠다는 표정들이다. 관중은 감독과 코치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경기할 뜻을 보이지 않으니 앞으로 치룰 게임이 걱정이다.
물론 새 코치들이 처음 시행착오를 겪긴 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략과 전술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새 감독이나 코치들이 마련하는 정책들은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물론 그런 전략ㆍ전술이 과거에 익숙해진 노장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물이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야만 생존할 수 있듯이 노장선수들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무현 감독을 뽑았다. 당연히 새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따라야 한다. 감독이 자신의 구상을 채 펴기도 전에 선수들이 불만부터 가져서는 곤란하다.
코치와 감독들도 선수들을 윽박지르기 보다는 선수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형펀 없었기 때문에 `얼차려`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선수들을 껴안을 수 없고 게임에서 이길 수도 없다. 우리 선수들은 그동안 수많은 훈련을 해 왔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매서운 감독을 만나 국제적인 기준과 법규에 걸맞는 맹훈련을 받아온 터다. 그런 선수들을 애정으로 잘 다독거리며 훈련시킨다면 우리 대한민국팀은 최강팀이 될 것이다.
관중들도 지금은 감독과 코치를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과 계속 알력을 빚고, 벌이는 게임마다 신통치 않다면 관중들은 곧 등을 돌릴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첫 팀을 맡은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사랑으로 보둠어 안고 함께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희중(경제부장) jj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