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에 소비재 수입 급증/“올해도 개선여지 없다” 문제로해마다 무역수지 적자가 2배가까이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2백3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95년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 1백억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2백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따라 무역외수지까지 합한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백30억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국제수지 적자는 전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경제규모나 질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최대의 국제수지 적자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인은 낮은 수출증가율.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지난 89년이후 가장 낮은 3.8%에 불과했다.
수출부진의 최대 원인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상품의 국제가격 하락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물량이 11월까지 전년보다 18% 늘었는데도 단가가 11.5%나 떨어져 실제 수출금액은 3.8%증가에 그친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최대 수출상품인 반도체의 국제가격 하락은 곧장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16메가D램기준 반도체 가격은 95년의 개당 50.6달러에서 지난해 9.25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액은 95년의 2백21억1천만달러에서 지난해 1백78억7천만달러로 19.2%나 줄어들었다. 당초 반도체 수출을 3백7억달러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무려 1백28억달러나 줄어든 규모다.
여기에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들의 국제가격이 잇따라 하락하고 엔저가 지속된데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수입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당초 예상했던 1천4백20억달러보다 1백20억달러이상 줄어든 1천2백98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수입은 10.8%라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경기하강에도 불구 소비재 수입이 승용차, 의류, 화장품 등 고급소비재 위주로 20.6%나 늘어났다. 게다가 국제 원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한데다 정유회사들의 정제시설 확충으로 도입물량까지 늘어나는 바람에 원유수입이 전년보다 31.8%나 증가한 1백39억달러에 달했다. 자본재는 국내 경기침체 및 투자위축에도 통신시장 확대에 따라 유무선 통신기기등 전자·전기제품 수입이 10.8%나 늘어난 탓에 9.3%의 수입증가율을 나타냈다.
수출은 국제시장의 변동에 휘청거리는데도 흥청망청댄 소비풍조에 힘입어 수입증가세는 꺾일 줄 모른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올해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통산부의 김상렬 무역정책과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적자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숨지었다. 김과장은 특히 『미국 및 개도국 등 수출주력시장의 수요가 오히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의 국제가격 추세도 별로 나아질 전망이 없다』며 『무역업계 애로해소 및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수출촉진,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대책 추진 등으로 무역수지 축소에 최대한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이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