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실시한 리베이트ㆍ약가인하 연동제가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제약업계는 재판부의 결정을 반기고 있지만 복지부는 "제도 자체의 정당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좀 더 수사를 철저하게 하는 한편 적절한 약가 인하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다시 검토해 제도 운영에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한국휴텍스제약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약제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지난 5월31일 같은 내용으로 복지부에 소송을 제기한 동아제약 역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로 복지부의 처분이 리베이트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들고 있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리베이트 조사 대상 기간에 휴텍스가 지급한 액수는 보건소 공중보건의에 준 180만원이 전부"라며 "복지부가 결정한 약가 상한금액 8.53%로 휴텍스가 입는 피해는 연간 12억원이 돼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0년 철원보건소에 340만원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동아제약 역시 11개 제품의 가격을 20% 인하하라는 처분을 받았고 이에 따라 연간 394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철원보건소 1곳에서 적발된 내용만으로 약가 인하 처분을 내린 것이 대표성을 띄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동아제약이나 한국휴텍스가 철원 지역의 보건소 1곳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측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적정한 약가 인하율을 책정하기 위해 현행 방식을 개선하고 수사를 좀 더 철저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류양지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복지부가 승소한 종근당의 경우 식약청 위해사범조사단이 기업을 방문해 정밀한 조사를 해 500여곳에 이르는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한 건이 아니라 많은 건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면 충분히 승소할 수 있으며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 방식을 개선해 적정한 약가 인하율을 새로 적용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제약회사가 의료기관에 의약품 판매ㆍ사용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이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총액 대비 리베이트 금액을 비율로 따져 약값의 인하율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런 약가 인하의 방식이 동일한 리베이트를 줬어도 처방액이 적으면 약가 인하폭이 높고 처방액이 많으면 인하폭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제약업계는 도입 당시부터 이런 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해왔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똑같이 100만원의 리베이트를 줬어도 1,000만원어치 처방된 약제의 인하율은 10%가 되고 2,000만원이 처방된 약은 5%가 된다"며 "약가 인하가 1회성 처벌에 그치는 과태료나 과징금 제도와 달리 장기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처분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류 과장은 "현행 방식은 리베이트 적발 대상 기관의 처방액만 가지고 인하율을 산정하고 있지만 전체 의료기관의 처방금액을 합산한 것에 리베이트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약가 인하율이 낮아져 제약업계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