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글로벌 핀테크 경쟁서 살아남는 법


양띠해 10분의1이 지나갔다.

지난해 하반기 모든 지면이 앞다퉈 다룬 용어를 꼽는다면 바로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 산업)'다. 그 뒤를 이어 자연스럽게 혁명·금융·IT·알리페이·P2P·클라우드펀딩·간편결제와 같은 용어들이 나오고 그와 함께 새롭게 소개되는 인물, 유럽 금융강국들, 미국 정책당국, 연이어 벤처와 캐피털이라는 배우가 등장하는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핀테크가 세계적 트렌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의 변화나 패션 트렌드에 비하면 혁명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특정 주체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혁명'의 의미라면 한국이 기대하는 그 '혁명'만큼은 결코 하나의 단위가 아닌 '다양한 주체들의 융복합체'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IT기업·금융당국·학계·연구기관·소비자단체·은행·카드사·증권가·자산운용사 그보다 앞서 대통령까지 우리가 바라는 혁명에 대한 당위성과 포부를 역설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육성" 외치며 규제발목 여전

10개월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인인증서의 불편하고 불안정함이 인정됐고 간편결제사업을 보다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전자지불 사업자를 육성, 투자도 늘리겠다는 금융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연일 새로운 포럼과 세미나·조찬모임·컨퍼런스·밋업으로 1년 전에 비하면 열 배는 빠르게 네트워킹을 하느라 소셜은 정보와 스토리가 넘쳐난다. 유럽과 동남아·미주에서 온 벤처투자 관련 기업들은 한국의 브레인들을 서둘러 물색, 투자나 제휴를 위해 밤잠까지 설치는 상황에 와 있다. 그야말로 핀테크 열풍인 것이다.

당국이 내놓은 각종 발표들은 우리에게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에 발목 잡혀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은행이나 카드사·증권가는 조목조목 나눠 적어 놓은 법조문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토로하며 협업이 불가한 이유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언가 많은 변화를 이뤄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추겠다 하고 소비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살펴야 할 사안들이 촘촘하게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혁명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렇게 멀고도 힘든 작업인가.

왜 꽤 긴 시간이 있었는데도 우리에게 와 닿는 혁명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정말 우리에게 그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다년간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따라 인증방법 평가를 위한 인증방법 평가위원회(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에 매달린 경험이 있는 규제·법조문·시행령·자율규제, 기업 간 계약이나 특약 등 다양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직접 개혁을 주문한 규제개혁 회의도 그렇고, 매우 신속하고 밀도 있게 발표되는 금융당국 개선안도, 당국 개선안을 능가하는 협회의 자율규제도, 카드사나 은행들의 차세대 핀테크 사업계획도 모두 정확한 목표를 잡지 못하거나 초점이 없거나 빗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패권 안 뺏기려면 소통 중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핀테크 혁명'의 재료는 다른 무엇도 아닌 '소통'이다. '소통'은 시대적 착오를 막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 소비자와 기업·정부 모두에게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는 중요한 재료다. 지난 16년간 한국의 IT 역사는 소통의 부재로 인해 완패의 경험을 얻었다. 이제 '그때 우리가 그랬더라면… ' 이라는 명제를 수만 번 돌이켜 보며 후회한 지 며칠되지 않았다. 우리가 다시 쇄국을 하거나 금융 패권을 남에게 넘기지 않으려면 '혁명'이라는 단어를 한번 거론해보고 마는 수식어로만 쓰지 말고 '소통'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할 것이다. 핀테크 소통이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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