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돼도 벌금 고작 지난해 경기지역서 4,000건지난 1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준농림지역의 한 고물상.
여기저기 고철이 쌓여 있고 한쪽에서는 대형 집게를 장착한 포클레인이 연신 고철덩이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고물상 한쪽에는 소각로까지 있으나 지금은 방치된 채 가동되지 않고 있다.
고철 너머에는 임대아파트 몇 개동이 'ㄱ'자 모양으로 들어서있다.
원래 농지였던 이곳은 5년전부터 고물상으로 무단 사용(2,871㎡중 495㎡만 허가)하다 적발되어 고발됐다.
그러나 고물상 주인은 "솔직히 농지 불법전용을 한두군데서 하는 것도 아니잖느냐"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화성시 서신면의 홍모(46)씨도 농업진흥지역에 무허가로 5,600㎡나 되는 대규모 비닐하우스를 설치, 새우를 판매하다 고발돼 현재 복구과정을 밟고 있었다. 이처럼 화성ㆍ김포ㆍ고양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지 불법전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농지전용허가 신청 건수가 2,000건을 상회(불허는 수십건 불과)할 정도로 폭증하는 등 개발수요가 뜨겁다. 지난해 경기도가 농지 불법전용 총 고발건수(1,148건)의 절반(533건)을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불법전용으로 적발된 경우가 3,959건으로 전년대비 17%나 증가했다. 경기도청 농업정책과의 안수환 계장은 "대도시나 유원지 주변 등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농지 불법전용이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이천시 백사면의 H사는 농지 360㎡를 농지전용허가도 받지 않고 음식점으로 불법 전용했다가 적발됐다. 화성시 양감면의 장모씨(60)도 농지를 건축자재 야적장으로 사용하다 원상복구지시를 받았다.
농지전용허가시 부과되는 농지조성비를 감면 받는 식으로 허가를 받은 뒤 용도변경 승인 없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김포시 백운면의 이모(35)씨는 농지 537㎡를 농업주택으로 허가 받은 뒤 음식점으로 전용하다 들통났다. 김포시 하성면의 이모씨(47)도 농지 595㎡를 농업용창고로 허가받고 박스제조장으로 사용하다 걸렸다.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에선 농지 1,000㎡를 버섯재배사로 허가를 취득하고는 공장으로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더욱이 내년 1월1일부터 도시민도 300평까지 농지소유를 허용하고, 농업법인(주식회사)도 농지를 대거 취득할 수 있게 될 전망이어서 불법전용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에 비해 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고양에서 165㎡선의 농지를 버섯재배사로 허가 받고 창고로 전용할 경우 연간 1,300만-1,500만원선을 벌지만 벌금은 고작 200만~300만원선"이라고 귀띔했다.
농지법에는 불법행위자에게 5년 이하징역이나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 금액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는 경미한 벌금이 부과되는데 그치고 있다.
또 벌금 한번 내고 배짱을 내밀어도 재고발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불법전용 신고(포상금 최고 50만원)가 올들어 12건(농림부 접수)에 그칠 정도로 미약한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인구 농림부 농지과 서기관은 "농지는 식량안보나 환경보호 측면에서 보전가치가 매우 크다"며 "불법전용자에게는 강제이행부담금을 매겨 끝까지 처벌하고, 건교부나 지자체는 무분별한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고광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