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해안 일대에 적조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수산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적조로 인해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무해성 조류를 인위적으로 증식해 유해성 조류를 억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식 해법이 필요하다는 과학적 견해가 제기됐다.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적조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36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전남 완도부터 강원도 삼척까지 적조가 발생하면서 양식장 어류 폐사 등 7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지난 2013년에는 여수·통영 일대에 심각한 적조가 나타나면서 피해액이 247억원에 달했다. 2012년에도 충남 태안에서부터 전남 완도까지 적조가 나타나 4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적조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9일 전남 여수 일대 수역에 적조주의보를 발령했다. 적조주의보는 바닷물 1㎖당 적조생물이 100개체 이상, 적조경보는 1㎖당 1,000개체 이상 발견될 경우 발령된다.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과장은 "여수 인근 수역에서 적조생물이 1㎖당 50~2,300개체를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 일사량·수온 등 조류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어서 일부 해역은 적조경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적조 피해를 막기 위해 '이이제이'식 해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적조를 유발하는 조류 가운데 편모류는 독성 물질을 뿜고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폐사시키는 등 각종 피해를 일으키지만 규조류는 무해하며 물고기의 먹이가 될 수 있어 증식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적조연구실 교수는 "편모류는 하루에 1~2회 분열하는 데 비해 규조류는 1~4회 분열하는 등 증식 속도가 빨라 편모류의 증식을 방해할 수 있다"며 "인위적으로 규조류가 대폭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편모류가 양식장 어류를 폐사시키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국제 과학지 '유해조류'에 실어 발표했다.
정 교수는 "바다 아래 가라앉은 영양 물질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등을 통해 무해 조류를 늘려 유해 조류를 줄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