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슈퍼땅콩, 슈퍼루키에 애정어린 조언

하나·외환 챔피언십 앞두고 김미현, 김효주 깜짝 만남
"연습 꾸준히" 따끔한 조언 김효주 "배우는 자세로 경기"

"저만 보면 이렇게 쑥스러워하네요."

18일 인천 운서동 스카이72GC에 마련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미디어센터. 미국 무대를 호령하다 은퇴를 선언한 김미현(35)이 프로 데뷔전을 앞둔 김효주(17∙롯데)를 안아줬다. 대선배에게 안긴 김효주는 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대회를 하루 앞둔 이날 주최 측은 김미현의 은퇴, 김효주의 프로 데뷔 기자회견을 약 40분의 시차를 두고 열었다. 그런데 김효주가 예정보다 일찍 미디어센터를 찾아 '슈퍼 땅콩'과 '슈퍼 루키'의 '깜짝'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1월 무릎∙발목 수술을 받은 김미현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올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일본∙대만 프로대회를 제패한 김효주는 반대로 이번 대회를 출발로 프로생활을 시작한다.

L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을 올린 김미현은 김효주에 대한 질문에 "아마추어로 엄청난 성적을 내다가 프로가 된 뒤 주춤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많은 이들의 기대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이제 나도 프로'라는 마음에 아마추어 때보다 연습을 게을리해서일 수도 있다"며 "해오던 대로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겁먹지 말되 너무 자신감에 차 있어서도 안 된다"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1999년 미국 진출 뒤 14년간 뛰어온 김미현은 "10승을 못 채운 게 조금 아쉽지만 나보다 더 노력해도 평생 우승 한 번 못한 선수도 있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순간부터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더라"며 "스윙에만 치중하지 않고 코스공략∙멘털∙쇼트게임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돌아보면 영어를 제대로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세계무대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은 영어 공부도 미리 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현은 "티칭 쪽 경험은 없지만 지금부터 경험을 쌓으려 한다. 오는 2016년 올림픽에 코치나 감독으로 써주시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미현은 1월 수술 뒤 7월까지 골프채도 못 잡고 재활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예상하지 않게 우승을 할 경우 상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 그는 "우승하더라도 은퇴 번복은 없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김미현∙박세리 프로님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는 김효주는 "프로 타이틀을 갖고 처음 하는 시합이라 성적에는 크게 부담을 안 가지려 한다.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가 열리는 스카이72 오션코스에 대해서는 "날씨 때문에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이었다"면서 "날씨나 환경에 맞춰 플레이를 하고 빠른 그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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