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도 힘이 있을까. 있다. 느끼지 못할 뿐, 공기의 무게가 존재한다. 이른바 대기압이다. 공기의 중량을 처음 밝혀낸 인물은 토리첼리(Evangelista Torricelli). 토리첼리는 받아쓰기, 즉 대서(代書)로 성공의 줄을 잡은 인물이다. 1608년 이탈리아에서 가난한 직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처음 접한 학문은 수학. 친척인 수학자 카스텔리의 집안일을 거들며 수학을 배우던 중 당대의 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쓰다 아예 제자로 들어갔다. 말년에 시력을 상실한 갈릴레이가 구술하면 받아 쓰는 식으로 토리첼리는 책을 만들고 천체학과 물리학을 배웠다. 기압을 규명한 계기는 우물 파기. 유럽의 최고 부자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우물작업을 주문받은 스승 갈릴레이가 일을 못 마치고 사망한 직후, 위대한 발견이 탄생했다. 13미터를 파들어 가도 샘물이 올라오지 않자 고민하던 토리첼리는 깊이 10.3미터를 넘으면 물이 자연적으로 분출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원인이 공기의 압력 때문이라는 점을 규명해냈다. ‘1기압=1030mb(밀리바아)’라는 등식이 여기서 생겼다. 발견의 핵심은 진공.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내려온 ‘자연은 진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진공의 존재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기압현상을 찾아냈다. 그가 발견한 진공과 기압, 물의 역학관계는 영국으로 건너가 실용적으로 재창조됐다. 탄광에 고이는 물을 퍼내려는 수요가 증기기관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토리첼리는 일상이다. 일기예보에서 기압골이며 고기압ㆍ저기압 등이 그로부터 나왔다. 황사도 기압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토리첼리는 1647년 10월25일, 39세의 나이로 죽었지만 남긴 흔적은 끝없이 퍼지고 있다. 오늘, 그의 사망 359주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