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업계 35년만에 대규모 파업… 휘발유 가격 오를까

철강노조 - 로열더치셸 합의 실패
9개 사업장 3,800명 파업 돌입
임금인상안 등 노사 입장차 커
장기화땐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

미국 석유업계 노조가 지난 1980년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정유·파이프라인·석유화학 업체 등 230여개 에너지사업장의 3만여 근로자들이 소속돼 있는 미국 철강노조(USW)가 사측과의 협상결렬을 선언한 뒤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 총 9개 사업장 노동자 3,800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1980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미국 전역에 걸친 3개월간의 장기파업 이후 USW가 대규모 파업을 벌이는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21일부터 3년 기한의 새 노사 단체협약을 맺기 위해 협상에 나선 USW는 엑손모빌·셰브런 등 에너지 업계를 대표한 로열더치셸이 다섯 차례 제안한 합의안을 모두 거부했다. 톰 콘웨이 USW 부회장은 "정유회사들은 탐욕스러울 뿐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인색하다"고 꼬집으며 "노조원들에게 파업을 지시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셸의 레이 피셔 대변인은 "협상 테이블에서 입장차를 보인 USW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9개 시설 가동중단의 영향을 받는 물량은 하루 1,800만배럴인 전체 미국 정제능력의 10%에 달한다. 여기에 USW가 전면파업에 들어갈 경우 미국 정유업계의 64%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도 노조로부터 파업 통지를 받았다.

파업 장기화도 우려된다. 임금 인상안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에너지 업체들은 대량해고는 물론 인건비 감축 등 대대적인 지출삭감에 나섰지만 USW 측은 '상당수준'의 임금인상과 건강보험료 사측 부담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 업체들은 "파업에 돌입하면 퇴직한 숙련공들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겠다"며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앤드루 리포이드 리포이드석유 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만약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라면 USW의 협상력은 지금처럼 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가가 47달러 수준인 상황에서 석유업체들도 어려워지고 해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노조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사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파업이 전 사업장으로 확산되고 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가스 업체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칼 래리 이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파업이 얼마나 지속될지, 얼마나 많은 업체들에서 파업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들썩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노사 간 협상이 이번주에도 타결되지 않고 파업이 확산된다면 현재 갤런당 2달러선까지 떨어진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원유시장 조사업체 오일프라이스인포메이션서비스의 에너지 분석 글로벌부문장인 톰 클로자는 "역사적으로 파업이 연료부족이나 가격급등을 유발하지 않았다"며 "파업이 영향을 준다면 그게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가솔린 시장 공급은 충분한 상태이며 지난주 기준 재고 규모는 100억갤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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