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부·여당의 '버블 붕괴'
이연선 기자 bluedash@sed.co.kr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인 ‘버블 붕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에 더 어울리는 단어일 듯싶다.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이 ‘꼭짓점’이라면 지금 여당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형국이다. 단순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해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
어쩌다 민심이 이렇게까지 돌아섰을까. 선거결과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불리는 부동산 정책만 놓고 봐도 그렇다. 참여정부는 누구 못지않게 서민주거의 안정을 앞세우며 수십 차례 정책을 내놓았지만 집 걱정을 덜었다거나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오히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세금 부담이 무서울 정도로 무거워졌다고 원망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정부가 여전히 이는 극소수 부유층만 해당되는 얘기라고 고집을 피운다면 아직까지도 선거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최근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올 하반기부터 각종 세금이 차차 부과되기 시작하면 올랐던 가격이 떨어지리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버블세븐’ 지역을 지목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말 폭탄’을 던질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결국 소모적인 기 싸움 끝에 거품이 먼저 꺼진 것은 부동산이 아닌 현 정부에 대한 신뢰이지 않은가.
참여정부라면, 적어도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를 원한다면 소모적인 논쟁에만 열을 올리기보다 고집을 꺾고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심을 계속 읽지 못하다가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른 채 혼자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에 주어진 시간도 내년이면 끝난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도, 선거를 여당의 참패로 이끈 것도 국민이듯 부동산값을 올리고 내리는 것도 정부 아닌 시장이 할 일이다.
입력시간 : 2006/06/01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