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서방 기업에 유전에 대한 소유권 및 지분참여를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개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흐디 호세이니 이란 석유장관 보좌관은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지난 수십년 동안 유지해온 ‘바이백’ 규정을 폐기할 것”이라며 “미국ㆍ유럽 등지의 석유 메이저 기업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백 규정은 이란 석유개발 등 프로젝트에 참여한 외국 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서방 석유 메이저들이 이란에서 석유개발 소유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그동안 외국 석유회사들은 유전개발에 투자한 후 원유생산이 시작되면 이를 이란 국영 석유회사(NIOC)에 넘겨주고 사전에 약정된 수익률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했다. 이의 폐기는 서방 석유기업들도 이란의 유전 및 가스전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뜻한다.
호세이니 보좌관은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내년 3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투자방안을 통해 향후 3년 동안 이란에 총 1,00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서방 기업들도 동의할 수 있는 계약방식을 고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란 정부의 행보는 서방 기업들이 유전ㆍ가스전을 소유하는 데 적대적이었던 종전 태도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방미 중 친서방적 제스처를 내놓은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란은 앞서 지난주에는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완화한다면 석유 가격을 내릴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이란 정부와 석유시장 투자와 관련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협상단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의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로빈 웨스트 IHS에너지 선임 어드바이저는 “이란이 공격적 자원민족주의의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변화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WP는 로하니 대통령의 노력에 힘입어 이란 석유산업이 회복되는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주요 석유수출국인 중국ㆍ인도ㆍ일본이 나란히 수입량을 늘렸으며, 특히 중국은 지난달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전년동기 대비 24%나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