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등급제도 재정비 필요"

선정적 스토리에도 '15세 관람가' 잇달아
"실제 내용에 따른 유해성 판정기준 만들어야"



수능 이후 청소년들을 겨냥해 쏟아지고 있는 15세 혹은 12세 등급에 맞춘 영화들 중 지나친 선정성을 보이는 영화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선정적 포스터와 광고 문구를 내세울 뿐 아니라 묘한 성적 상상까지 가능한 스토리임에도 버젓이 청소년 관객을 대상으로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되는 한국 영화는 대부분 청소년 관객을 겨냥해 15세나 12세 관람가 등급으로 상영중이다. 청소년이 관람이 불가능한 영화는 지난 추석시즌부터 상영되고 있는 '타짜'와 게이 영화 '후회하지 않아' 두 편 뿐. 수능일인 16일에 맞춰 개봉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15세 등급을 받아 첫 주말 청소년관객을 모았으며 문근영ㆍ김주혁 주연의 '사랑따윈 필요 없어'도 15세 등급으로 청소년 관객을 유혹했다. 한편 개봉 대기중인 영화들도 일제히 12세, 혹은 15세 등급을 받아 청소년 관객을 노리고 있다.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와 한석규ㆍ김지수 주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15세 등급을 받았고 이병헌ㆍ수애 주연의 '그해 여름'과 비와 임수정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나란히 12세 등급을 받았다. 문제는 15세나 12세 등급을 받은 이들 영화 중 등급 논란을 일으킨 영화들이 적지 않다는 것. 엄숙한 천주교계 고등학교에 여자 교생이 나타나면서 일대 소동이 일어난다는 내용의 '누가 그녀와 잤을까'의 경우 선정적 제목과 포스터, 인터넷에 올려진 홍보용 '섹시 댄스' 동영상 등으로 인해 18세 판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재심 끝에 15세 등급 판정을 받았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 미치는 영향'도 중년 아버지와 고교생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애정싸움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고교생의 성적 판타지를 다뤘지만 아슬아슬하게 15세 등급이 결정됐다. '해바라기'도 영화 후반부의 폭력신의 수위 문제로 논란이 예상됐지만 무난히 15세 등급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획일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영화 등급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날이 늘고 있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 장면 그리고 욕설 등에 주로 집중된 기존 판정 기준으로는 제대로 된 등급판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달라진 청소년들의 성 인식과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실제 내용적 측면의 유해성에 대한 판정까지 가능한 유연한 등급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영화계에서도 "내용에 따른 종합적 검토가 가능한 새로운 등급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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