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해양부가 창호 설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진행 중인 외부 연구용역에 대해 유리와 창호 관련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향후 창호 면적비에 대한 규제로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고기능성 유리 사용을 유도하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10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토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인 '건축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창호 설계 가이드라인 개발'은 최근 연구 업체가 선발돼 빠르면 오는 4월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해당 용역의 과업지시서를 보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창호의 과도한 열손실 및 획득이 문제가 되는 만큼 창면적비 기준 등이 포함된 적정 창호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 기관은 국내외 건축물의 창호설계 현황과 관련 정책에 대한 조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건물 유형 및 창호 종류에 따라 가장 알맞은 창면적비를 제시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기존의 건축물 에너지 인증제도 내 평가항목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외벽을 모두 유리로 처리해 '호화청사' 논란과 동시에 여름철에는 찜통이라고 비난 받았던 성남시청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일반 벽 보다 열 손실이 크고 여름에는 복사열로 온실 효과가 발생하는 유리외벽 탓에 성남시청사는 2010년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신축청사 에너지 효율등급 조사에서 '등외'판정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적정 창호 면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결국 건축물에서 창호 면적을 '제한'하는 규제로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견이 있다.
한 유리업체 관계자는 "현재 건축법상에는 에너지 효율 등의 이유로 창호면적을 명시한 규제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적정 면적비라는 것이 결국 유리 납품 시장을 위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번 가이드라인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고기능성 유리 사용을 촉진하는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맞는 방향"이라며 "단열 성능이 뛰어난 유리를 써야만 창호면적비를 줄일 수 있는 만큼 기존 일반 유리시장을 기능성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만큼 차제에 확실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창호의 에너지 효율을 판단하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수치인 열관류율(W/ ㎡ㆍK, 단위면적(㎡) 당 에너지가 밖으로 새는 비율로 낮을수록 난방에 유리) 뿐 아니라 태양 복사열 차단 지수인 차폐계수(SC)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C가 높은 유리를 사용하면 '찜통청사'와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다"며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창호 에너지소비 효율 등급제도 열관류율만 기준으로 설정돼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데 가이드라인이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