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협의 우선” 중재능력 키워야90년대 들어 경제활동의 범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구제무역과 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제투자는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제도와 관습을 배경으로 투자자간의 권리와 의무관계를 규율하기 때문에 투자활동이 활발해질 수록 그만큼 분쟁의 소지가 많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국제투자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통된 규범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이런 시각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은 기존의 투자규범보다 한 차원 높은 다자간투자협정(MAI)을 채택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또 「분쟁해결 및 지리적 범위의 선택의제에 관한 제1전문가그룹」(EG1)은 협상의 핵심과제인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수행해 왔다.
그후 OECD분쟁해결 전문가 그룹의 작업결과를 토대로 분쟁해결규정 원안이 마련됐다. 그렇지만 다자간 협의 및 분쟁해결 절차의 적용범위 등 일부 규정을 둘러싸고 회원국들간에 입장차이가 워낙 커 지금까지 답보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협상을 통해 이 문제는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투자규범과 달리 MAI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국가간에 발생한 분쟁해결 절차 뿐만 아니라 투자가와 국가간에 발생한 분쟁해결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이원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국가간 분쟁에만 적용된다든지 국제분쟁해결센터(ICSID)가 투자자간의 분쟁에만 적용되는 것과 차이가 나는 것으로 그만큼 복잡한 투자의 속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MAI의 분쟁해결규정은 관할 및 절차에 관한 기본규칙만을 정하고 있기때문에 일종의 골격법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MAI 절차에 있어 부족한 부문은 ICSID의 협약이나 UN의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및 국제상공회의소(ICC)의 중재규칙중에서 분쟁당사자간에 합의된 것에 의해 보충토록 하고 있다.
셋째, 분쟁해결에 있어서는 일차적으로 당사자간 협의를 통한 우의적 해결을 권장하고 있으며, 분쟁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는 전문가와 거토위원회의 의견을 고려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MAI가 규정하는 투자형태가 워낙 다양하고 광범위해 중재인들이 모든 사항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넷째, MAI협정에서는 국가간 혹은 투자자와 국가간의 분쟁해결 절차 외에도 금융분쟁이나 과세관련 분쟁의 경우 별도로 마련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이를 선결과제로 우선적으로 해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MAI의 분쟁제도가 강화될 경우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정부나 관련 국내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MAI의 투자개념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부는 직접투자와 여러 투자를 구분하여 협상전략을 수립할 수 없는 데다, 투자개방은 곧바로 시장잠식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기업들에는 기존의 투자와 앞으로 계획된 모든 유형의 투자가 MAI의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투자에 따른 권리보호와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MAI협정이 예상대로 발효될 경우 우선 투자분쟁과 관련된 국제중재 경험이 일천한 우리 정부로서는 중재능력을 시급히 배양해야 할 것이다. 투자범위가 광범위하고 MAI협정상의 기본의무 역시 설립전이나 후에 모두 적용된다.
또 법률상 차별은 물론 사실상 차별까지 금지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소가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기업들도 해외투자 보호를 위해 기존에 쌍무투자조약을 체결하거나 국제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MAI의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MAI시대에서는 기업이 직접 분쟁당사자가 되고, 관련규정이 골격법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분쟁시에 빈번하게 활용될 ICSID 향약이나 UNCITRAL 혹은 ICC 중재규칙상의 절차비용이나 절차기간 등의 부문에서 각 규칙간의 차이를 면밀히 점검,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대우경제연 국제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