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공식 제소할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마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불법 남용한 혐의로 가스프롬에 대한 공식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경쟁당국은 22일 제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공표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대한 소장을 준비해놓은 상태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가뜩이나 서구에 적대적인 러시아가 이를 계기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과격한 대응에 나설 것을 우려해 결정을 유보해왔다. EU 외교가에서는 가스프롬 제소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휴전 합의 이후 다소 누그러진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가스프롬 조사에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경쟁사에 피해를 주고 EU 내 에너지 흐름을 차단하거나 공급중단 위협을 하는 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가 공식적인 경쟁위반 조사의 첫 조치로 가스프롬에 '이의 진술서'를 전달하면 가스프롬은 12주 안에 소명할 수 있다. 반독점 혐의가 인정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을 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