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상… 매력없는 캐릭터

[영화 리뷰]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에는 항상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다.'에이리언2'의 여전사'리플리(시고니 위버)'부터'터미네이터2'의 우직한'터미네이터(아놀드 슈왈제네거)', 10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는 흥행기록을 세운 '타이타닉'의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그의 캐릭터들은 영화 속에 녹아 들어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그가 내놓은 영화'아바타'에는 화려한 영상과 놀라운 기술은 있되, 이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는 찾기 힘들다. 이는 화면과 기술만큼 혁신적이지 못했던 이야기에 기인한다. 영화의 내용은 원주민의 편에 서서 개척자들에 맞섰던 백인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포카혼타스'나'늑대와 춤을'을 연상시킨다. 개척자와 원주민의 갈등, 기술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내용은 신기술의 향연을 보러 온 관객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들 정도로 낡은 서사구조다. 단지 시점을 가까운 미래인 2154년으로, 장소를 자원이 고갈된 지구가 아닌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바꿨다. 한 기업이 판토라에 있는 에너지원 언옵타늄을 얻기위해 판도라의 원주민'나비족'을 설득 시키려'아바타'프로젝트를 만든다. 인간과 나비족을 합성해 3m가 넘는 키에 긴 꼬리, 파란 피부 등 나비족과 같은 외모의 생명체'아바타'를 만들어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전투 중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 제이크 설리(샘 워딩튼)가 참여하고 아바타를 통해 건강한 신체 속에서 활동하게 된 제이크는 나비족과 함께 생활하며 나비족의 공주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공식적으로 보도된 '아바타'의 제작비는 약 2억 6,000만 달러(약 3,000억ㆍ미국에서는 5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다. 제작비에 걸맞게 영화는 3D 입체영상으로 만들어져 화려한 영상을 관객에게 펼쳐 보인다. 특히'이모션캡처'라는 신기술로 구현된 파란 얼굴을 한 캐릭터들의 표정은 실사보다 더 섬세하게 얼굴표정의 특징을 잡아낸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영상에도 불구하고 168분 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견디기 어렵다면 이는 3D안경이 주는 피곤함 때문이 아니라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와 크고 징그러워 사랑하기 어려운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새로운 장'을 구현하겠다던 '아바타'는 기술적 진보가 좋은 영화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이치만 확인시킨 것 같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